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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27. 2022

하루와 나이먹기

휴일 하루가 저문다.

'하루' 는 물의 질감이다.

있는곳에서 없는곳으로 흐른다.

채워지고 비워지며 만족하고 공허하다.

'하루'의 본질은 균형이고 절충과 맥락이 닿는다.

해질녁 길가에 앉았다.

택배 오토바이가 도로를 흐른다.

오토바이는 지나간 자리를 소리로 남긴다.

소리는 엔진에서 폭발음으로 탄생해

머플러 뚫린 구멍을 비집고 굉음으로 바뀌어

세상밖으로 나온다.배기압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서 굉음은 찌를듯이 방사되며 사물에 튕겨 증폭된다.

소리는 날카롭게 찌르고 뭉툭하게 멀어진다.

소리는 죽음보단 상실에 가깝다.

상실하되 사멸에 더욱 가까우니

그게 그러한 말장난이다.

라이더는 오토바이 소음을 뒤로 넘기며 달린다.

소음이 라이더를 쫒는지

라이더가 소음을 내모는지 모호하다.

라이더는 스마트폰이 지시한 목적지를

최단시간 최단경로로 질주한다.

돈이 시간이고 시간이 돈이다.

시간은 머플러 소음에 섞여 아득해지고

지나간 시간만큼 다가올 시간을

헤아리며 배달지에 닿는다.


전철을 탔다.

객차 공간에 가득찬 사람들이

철로의 굴곡에 맞춰 흔들린다.

여러 물결이 흔들리며 부딪힌다.

방향이 다른 물살이 모여

중간역 스크린도어가 열리면

대양으로 향하듯 빠져나간다.

문이 열리면 수압의 힘으로

물살들이 빠져나가는듯하다.

지상으로 올라와 길을 걷는다.

걸으며 생각한다.

만나왔고 만나고있고 지나간

사람을 생각한다.

그들이 내게준 영향과

내가 그들에게 내민 영향을 떠올린다.

별무심했던 순간이 증폭되고

가슴시린 순간이 축소된다.

기억을 시간의 채로처서

균일하게 작은 입자만 걸러내듯

크고작음없는 기억들이 평이하게 내게 닿는다.

나이먹음을 직감한다.

감정의 피크가 무뎌짐을 사십대 중반에 깨닫는다.

점심으로 김밥과 라면을 먹는다.

사나운 라면국물이 목구멍부터 쥐어뜯는다.

가을이 다가온다.

격정의 파도처럼 들끓었던 감정을 부수고

먹먹하고 답답해지는 내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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