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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Aug 28. 2022

가을 바다

가을이 묻은 하늘을 본다.

일요일 느슨한 하루가

헐겁게 지나간다.

태양은 높고 바다는 진하다.

가을 물빛은 날카롭고 시야는 광활하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가

바다와 하늘의 진파랑과

가을의 빛을 감당하기 어렵다.


지난 몇년간

세상은 닫혔다 열리길 반복했다.

돌림병은 익숙하고

두려움은 생활에 스몄다.


헝클어진 세상을 글에 담기 요원하다.

세상을 구겨 글에 넣을 수도 없고

글을 찢어 세상을 감기 어렵다.

쓰려함 없이 쓰고있다.


휴일이 주는 쉼에 감아놓은 태엽이 늘어진다.

난 기계 가득한 현장에서 일했다.

기계는 기름을 먹고 작동하며 소릴 낸다.

작업공간에 갇힌 소리는 사방에 튕기고

새롭게 돋아난 소리에 묻혀 공간으로 풀려나간다.

기계는 깨어날 때 가장 힘들다.

가라앉은 오일이 상부까지 전달되긴 아득하고

명령에 의해 작동해야 하는 숙명은 가깝다.

기계는 또 다른 기계를 물고

물린 기계는 당한 물림에 의해 작동한다.

관성을 이겨내고 온도가 올라

오일이 물처럼 연해지면 기계의 소음은 푹신해진다.

나는 작동하는 소리의 질감을 듣고 기계가 살아있고 죽어있음을 안다.

기계는 뉴튼의 법칙 아래있고

인간은 코로나에 묶여있다.


오후를 달려가는 해가 무겁게 기운다.

덜쓴 보고서를 밀어내고 바다에 나간다.  

약속도 친구도 없는 적막한 시간.

바닷바람에 실린 내륙의 가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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