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남초 회사와 여초 회사의 특징

남적남 여적여가 입증되는 본능의 판

by 초맹


본능의 영역은 가장 정직하다.


"뭘 따져? 위에서 까라잖아! 오늘까지 무조건 끝내!"

남초 회사에 가면 남자들만 들끓는다. 무슨 조폭이 따로 없다. 그냥 비속어, 은어들이 난무한다. 가장 중요한 건 상사의 실적이다.


야이!! 누가 일 이 따위로 하래! 정신 바짝 안 차려?


"형이 말이다!" 대놓고 줄 서기와 힘자랑이 난무한다. 누가 새로 오면 그냥 걔가 막내가 된다. 서둘러 잡일을 떼어주고 자리를 재배치해 서열을 정리한다.


연공서열을 겁나 장려하고, 근속연수대로 대우해 준다. 남초 회사는 분위기가 대체로 조용하다. 하나 같이 다 인상 쓰고 있다. 그닥 인상 쓸 일은 없어 보이는데도 그냥 기본 디폴트 번들 세팅 값이다. 화가 나 있다기보다는 '난 여기 적응한 오피서야!'라는 무언의 표식이다.


누가 뭐라 하면 예스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야근은 기본으로 달고 사는 거다. 출근에는 순서가 없지만 퇴근에는 순서가 있다. 위에서 누가 먼저 가 줘야 그다음에 서열대로 퇴근한다.


회식이 빈번하다. 신년회, 송년회, 정기 회식, 월말 회식, 야근하다 회식, 명절 전 회식, 기분 꿀꿀하면 회식, 위에서 두세 명 모이면 번지듯 회식. 그 종류와 번식력은 상당하여, 회식과 식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루 걸러 회식이고 거르는 날은 어찌저찌하다 회사 누군가와 또 술이다.


야근하려니 기분 나쁘네. 야! 회식이나 하러 가자!


"아이 씨팔! 맨날 야근이야! 야 어차피 오늘 못 끝내. 야근도 억울한데 회사돈으로 회식이나 조지고 가자!"

아니 이럴 거면 야근하자고 왜 남은 건가 싶으면서도, 다들 끄덕이고 따라가는 분위기다. 없던 회식도 지들 기분따라! 이렇게 생겨난다.


남초회사는 대놓고 드러내는 힘의 원리와 수컷들의 보여주기가 득세하는 판이다. 따라서 남초회사 오피서들은 대개 공개망신을 견디지 못한다. 공개망신 세 번이면 그다음부터는 상사를 들이받아버리는 용자들이 출몰하기 시작한다. 회사 조폭 드라마는 여기 애들을 가져다 쓰면 싼 값에 현실고증 확실하다.

남초 회사는 저마다 야성미를 물씬 풍긴다.


남초 회사는 소위 말하는 개저씨들이 많다. 아무렇지 않은 성희롱 농담 따위가 득실거린다. 여직원들은 익숙하다는 듯 이마저도 다 받아주거나 가볍게 흘려버린다.

보통 남초 회사 여직원이라 하면 홍일점에 꽃다운 대접을 받을 것 같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다 같은 남자로 본다. 어쩌다 있는 여직원들은 원래 자신의 성향과 관계없이 이미 반남성화가 되어 있다.


"하아.. 띠밤양갱." 남초 회사에서는 아무도 배려해 주지 않는다.


남초회사 여자들은 곧 스파르타 여성들과 비견된다. 무거운 짐 정리도 알아서 잘한다. 힘들다고 배려받기 어렵다. 누가 안 도와준다. 신체적 한계가 스스로 극복된다. 스스로 살아남으려 어떻게든 하게 된다. 여성이라 못 한다. 여성이라 힘들다. 남녀평등 여성인권. 이런 건 통하지 않는다. 여성이란 없다. 오피서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소외를 받는 경우도 많지만, 가끔 좋은 점도 있다. 화장 안 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어차피 해도 안 쳐다본다. 생얼이 편하다. 부작용도 있다. 너무 편해진 나머지, 밖에 나가서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출연 정마온] 얘들아. 이 왕언니를 즐겁게 해 보거라!


반면 여초 회사에 가면 여자들만 들끓는다. 회사 공기 자체가 '아.. 여초다!'를 직감할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하다. 여기저기 스몰톡이 난무한다. 근데 업무 효율 이런 건 잘 모르겠다. 일하러 온 건지 스몰톡 하러 온 건지 착각이 든다.


이들에게는 미묘한 톤의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한다. 같은 말을 해도 말 끝을 살짝 올린다거나? 특정 단어의 발성을 복식호흡으로 했다거나? 중요 포인트의 숨은 그림 찾기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상사의 아침 기분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 희한한 모양을 볼 수 있다. 더욱 기막힌 건, 모든 부서가 다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여초회사는 온갖 거짓말과 모략질이 난무한다. 떠드는 말, 들리는 말 가만히 다 듣고 있으면, 세상은 그냥 막장 드라마 그 자체다. 방금 전까지 함께 재잘거리건 동료가 자리를 뜨면, 곧바로 눈빛은 막장 눈까리로 변한다. 이어서 자리 뜬 애를 표적삼아 씹어 먹어버리는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자리를 뜨면 안 된다. 여초에서 안 씹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매일매일 우는 애들을 볼 수 있다. 더 웃긴 건 그 우는 애들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 여초회사에 계속 있어보면 알게 된다. 여자들 자리가 이렇게 더럽구나. 그냥 개 더럽구나. 근데 지들 딴에는 나름의 혼돈 속 무질서의 규칙과 정규 분포의 공식대로 정리한 거라고 우긴다. 그걸 안 알아주면 또 운다. 그리고 이어서 씹힌다.


[특별출연 회색토끼] 쟤 새로온 앤데 재수없어. 따 시키자!


여초회사는 연공서열이나 직급보다도 친분으로 계급이 정해진다. 숨어있는 비선실세가 많은 것도 이 탓이다. 직급이나 나이대를 보고 위치를 판단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이들은 서로서로 선물을 많이 한다. 심지어 집에서 간식부터 화분이나 뭘 자꾸 싸 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건 어디로 갈까? 고스란히 따라가 보면 답은 뻔하다. 힘 있는 애들에게로 간다. 직급이나 직책이 높아지면 주변에서 말 안 해도 잘 챙겨준다.


만약 누가 봐도 아랫것 같은데 주변의 챙김을 받고 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이해와 배려일까? 여초회사의 좋은 문화일까? 아니다. 십중팔구 걔는 비선실세다. 그래서 주변 여자들이 이를 알고 위에 말이라도 잘해 달라고 친해지고 싶어서 조공을 바치는 것이다.


여초 회사는 말을 죄다 빙빙 돌려서 하는 탓에 배가 산으로 가기 일쑤다. 뭐가 진짜인지 알기가 어렵다. 회의를 두 시간 해도, 그래서 뭘 하자는 건지 파악하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성 따윈 없다. 감정만 있다.


보통 신기하게도 여초회사는 캐릭터들이 참으로 다양하다. 비련의 여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조연 하녀, 막장녀, 일진녀, 학폭녀, 공주님, 불륜녀, 싸가지, 잔다르크에 이르기까지 없는 애들이 없다. 오피스 막장 드라마는 이중에 골라다 쓰면 된다. 특히, 왕따와 이지매는 여초회사의 전매특허다.


[오늘주연 회색토끼] 얘! 구석에서 울지 말고 이거 먹어!


"언니. 저 맘에 안 들져?"

여초회사는 일관성이 없다. 일단 말투부터 다르다. 아랫것들에게 말하는 말투와 상사에게 말하는 말투는 그 뽄새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남친에게 말하는 말투는 또 다른 언어영역이다.


이들의 놀라운 재주는 이 모든 말투가 아무 기분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단 1초 만에 스위치 가능하다는 데 있다. 스몰톡이 발달한 곳인 만큼, 무엇보다 뒷담이 가장 많다. 난이도가 극상이다. 특히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화장실 뒷담 이벤트는 죄다 여초회사의 경험담에서 모티브를 얻어온 것이다.


[계속출연 회색토끼] 셋 셀 동안 나와. 당근쥬스에 갈아마셔 버리기 전에!


어쩌다 여초 회사에 들어간 남자들은 처음에 꿈을 꾸는 착시효과를 누린다. 여기서만 하나 골라 잡아도 될 만큼 여성 풀이 넓어진 거 같다. 근데 걔들은 얘를 남자로 안 본다. 그냥 노리갯감이다. 대놓고 앉아서 쩍벌을 하고 있다거나, 갖은 음담패설을 해 댄다.


너는 무슨 여자 취향이냐? 우리 중에 사귀고 싶은 여자 있냐? 대놓고 낄낄대며 물어본다. 이건 남자로 안 보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참고로 호구조사 때 이들이 꼭 물어보는 건 여친 유무다. 이때 무조건 없다고 해야 한다.


[특별출연 예쁨] 얘가 예뻐? 내가 예뻐? 잘 골라라. 깔깔!


남초와 여초의 난이도를 굳이 따지자면, 남초에 있는 여자보다, 여초에 있는 남자가 더 버티기 어렵다. 뭐 하나 꼬투리라도 잡히는 날에는, 1년 내내 물어뜯기다가 5년 동안 뒷담으로 회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요망한 것들이 많다. 그리고 뭔 일이 생기면 모두 안면몰수하고 죄다 아닌 척을 아주 그럴싸하게 해 버린다. 역시나 또 남자가 독박을 쓰는 그런 진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그걸 오피스 게임에서는 호구라고 부른다.


오피스 게임의 매력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뒤섞인다는데 있다. 신기하게도 이런 남초 여초들을 반반씩 섞어놓으면, 이제 그때부터 서로서로 눈치보기들을 시작한다. 남녀 모두가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남녀가 서로 견제 효과가 생긴다. 플러팅 효과가 나타난다.


남녀가 서로 스파크가 튀며 협력하는 효과가 생긴다. 남자는 힘보다 매너를 장착한다. 여자는 남자를 의식해 성질을 죽인다. 자세히는 들키고 싶지 않은 거다. 어쨌든 균형과 견제가 자연스럽게 발동된다.


가끔 회사 로맨스물 너무 많이 보고는, 현실에서 상상을 쫓는 오피서들도 꽤 많다. 몇 년 후 스스로 깨닫는다. 내가 그리던 로맨스보다는 남이 그리는 불륜이 훨씬 많음을.. 그리고 그 말의 뜻이 바로 내로남불이었음을..


중요한 건 캐릭터들 간의 균형이다.


그렇다면 남적남 여적여일까? 아니다. 밸런스 갖춘 회사에서 남자의 적은 상사고, 여자의 적은 부하다. 가장 많은 확률로 날 담그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회사생활에서 누가 적이다란 걸 따로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애써 말하자면 그럴 필요 없다. 왜냐? 오피스 게임은 사방이 다 적이니까. 오늘의 내 편도 내일의 적이다. 서로 아닌 것처럼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럼 어떻게 해서 적이 되는 것이냐? 원리는 간단하다.


널믿었던것만큼난내친구도믿었기에, 아무런부담없이서로소개시켜줬고. 그러면서그어느날너와내가심하게다툰이후로, 너와내친구는연락도없고날피해가며!!!

바로 그렇게 적이 되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멘탈이 무너지고 게임 엔딩을 맞이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 옛날 김건모라는 미우새가 등장해 속사포로 랩을 쏘아대며, 이미 수십 년 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바 있었다.


널믿었던것만큼난내친구도믿었기에!!


맞다. 실은 다 적이다. 니가 모르는 게 바로 이거다.

그러니까 적인 것처럼 보이는 상사 한두 명 주술인형 만들어 저주나 퍼붓고 있다가, 다른 데서 뒤통수를 맞는.. 늘 같은 시나리오를 되풀이한다.


사기는 친한 사람이 치고, 뒤통수는 믿는 사람이 치는 법이다. 이것만 깨달아도 사방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오피스 게임에서 믿을 건, 너 자신과 니 월급 밖에 없다.


P.S. 회사에서 믿을 놈 하나도 없을 때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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