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든탑이 무너지랴

공든탑을 세우는 마음

by 서나송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공든탑을 세우며 살아간다. 정성과 시간을 쏟아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지 않기를, 그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세운 탑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까?

아니, 탑을 다 올리고 나서 텅 빈 허무함이 찾아오면 어떡하지?


밤낮으로 노력하며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한 일이 아무것도 아닌 적이 있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기쁨보다는 이상하게 텅빈 마음이 먼저 찾아왔다. ‘내가 이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공든탑이라는 말이 단순히 노력의 결과물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탑은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그 탑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질 때가 있는 것 처럼. 내가 애써 쌓아 올린 탑이 왜 이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걸까 고민하다 보니, 한 가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왜 이 탑을 쌓으려 했던 걸까?

단지 높고 화려한 탑을 자랑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걸까?

누구를 위한 탑이었던가.


돌아보면, 시작부터 기초를 잘못 놓았던 것 것이었다. 너무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려 했고, 결과에만 매달렸던 순간도 많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이제는 알 것 같다. 탑을 쌓는다는 건 단순히 무언가를 이루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는지를 배우는 여정이라는 걸.


성경에서 말하는 반석 위에 집을 짓는 비유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내 삶의 기초를 두느냐에 따라 그 집이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설 수도 있고, 반대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믿음이라는 든든한 반석 위에 내 마음과 노력을 쌓아 올릴 때, 비로소 그 탑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요즘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쌓아가는 모든 것이 욕심만으로 가득 차지 않기를, 혹여 무너진다 해도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탑을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공든탑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탑에 담긴 우리의 진심과 노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경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다음번에는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탑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러니 혹시 지금 나의 탑이 흔들리고 있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것도 나에게 꼭 필요한 여정일지도 모르니까.




서나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충분히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