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남들과 비교하며 감사하게 된다. 아픈 사람을 보며 건강한 내 몸에 감사하고, 힘든 형편을 보며 지금 내 삶이 넉넉함을 느끼고, 자녀 문제로 속상한 부모를 보며 내 아이에게 안도한다. 그런데 이런 감사는 늘 어딘가 불편하다. 누군가의 부족함 위에서 내가 감사할 이유를 찾는다면, 그건 감사라기보다 안도의 숨에 가깝지 않을까.
남들보다 나아서, 남들보다 더 가졌기에 감사하다면, 언제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감사는 비교 없이도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늘 누려서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 바람 한 점, 꽃 내음, 소박한 식탁 위의 한 끼,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아도, 조건 없이도 고마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날은 감사가 절로 흐른다. 눈 떠서 맞은 아침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고, 아이가 부르는 '엄마'라는 음성도 유난히 고맙게 날엔 마음이 충만하다.
오늘 새벽도 그랬다. 내가 새벽마다 앉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간접등. 방 안 가득한 어둠 속에서도 그 작은 빛은 내 자리에서만큼은 충분했다. 그 조명 아래에서 나는 읽고, 쓰고, 생각을 정리했다. 고요한 새벽, 나만의 공간이 온전히 나를 감싸고 있었다. 아침이 밝아왔지만, 일부러 커튼을 젖히지 않고 조명을 그대로 두었다. 빛이 점점 흐려질 때까지, 새벽의 고요함을 조금 더 머금고 싶었다. 그 순간이 너무 감사했다. 감사는 이렇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스며든다.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순간 안에서 조용히 빛난다.
억지로 무언가를 찾지 않아도 감사할 이유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사실, 무언가를 바라보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비교할 필요 없이도 충분한 감사의 이유가 아닐까.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비교 없이, 있는 그대로 감사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딱 한 가지만 꼽아야 한다면, 내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오늘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날.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