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의 고통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그 모든 아픔이 달콤함으로 바뀌어 버린다.
‘달다‘
내 하나뿐인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너희라는 생명.
이것이 사랑인가 싶어.
나도 그런 사랑을 받았겠지.
의술의 힘으로 너희를 만날 줄 몰랐던 그날,
그리고 그 방법만이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을 들었던 날.
병원의 차가운 공기와 냄새,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선생님 앞에서는 꾹 참았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터져 나온 울음은 멈추지 않더구나.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나 싶었지만,
그날이 없었다면
난 여전히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았겠지.
생명조차 내 힘으로 얻었다고 자부하며,
내 지혜가 너희를 키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을지 몰라.
그리고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너희를 보며
실망하고 원망했을게 분명해.
하지만 내가 모든 걸 내려놓았을 때, 너희가 와줬어.
그 순간부터 알았다.
너희는 내 것이 아니구나.
내가 아무리 사랑하고 품어도
너희는 너희만의 길을 가야 하는 존재구나.
정말 나를 낮추고,
모든 걸 내려놓는 법을 너희가 가르쳐 줬어.
그 비밀을 알고 너희를 기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물론 여전히 내 의지가 올라올 때마다 나 자신과 싸우지만,
매 순간 다시 내려놓고 맡기는 마음이 나를 위로해.
벌써 10년이 지났네.
그 사랑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았지만,
아니 더 진해졌지만,
너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예전처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해.
엄마는 아마 죽을 때까지 미안할 거야.
그런 존재인 것 같아, ‘엄마’라는 이름은.
하지만 그 미안함 속에서도 감사함이 훨씬 더 크단다.
그 마음이 나를 살게 해.
그래서 참 다행이지?
사람들은 쌍둥이를 키우느라 힘들었겠다고 말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네~ 너무 힘들었어요.” 라고 인사치레로 대답한 적이 없어.
그렇게 힘들지 않았거든.
육체적인 피로는 너희가 주는 기쁨에 묻혀버렸고,
마음의 속상함은
너희라는 존재를 넘어서지 못했으니까.
진심이야.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를 낳은 순간부터
너희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
마음은 너희 곁에 남아있겠지만,
물리적으로 너희가 나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내가 아닌 너희를 만드신 분께 너희를 맡기고,
그분과 함께 걷는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오늘은 너희의 생일.
그리고 나에게는 또 하나의 생일.
너희를 낳은 그날,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하나의 생명은
헤아릴 수 없는 어미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고,
그 고통은 어떤 빛보다 찬란하다는 것을.
오늘은 그런 날이다.
평생 잊지 못할 날.
가장 귀한 것을 알게 해준 너희에게, 정말 고맙다.
엄마.
아이들에 대하여
_칼릴 지브란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갈망하는 큰 생명의 아들 딸이니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는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고 애쓰지는 말라.
삶이란 뒤로 물러가지 않으며 결코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그대는 활, 그리고 아이들은 살아 있는 화살이 되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 위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대는 활 쏘는 이의 손에 의해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