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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홍 Stanley Nov 19. 2018

2018년 11월 19일 정호승 “산산조각”

이 세상에 완벽한 자아가 있을까?

내 스스로가 완벽한 모습이라는고 할 수 있는가?

무슨 기준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부서지면 어떠한가.

산산조각이 나면 어떠한가.

나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그저 조각조각 나있을 뿐.


억지로 원래대로 맞추는 것보다,

한번쯤은 부서진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봐도 좋지 않을까.

아니, 산산조각 난 채로 한번 살아봐도

새롭고 즐겁지 아니할까?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정호승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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