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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홍 Stanley Nov 20. 2018

2018년 11월 20일 윤동주 “별 헤는 밤”

가슴 속에 새겨지는 별들을 다 못 헤는 건

아침이 쉬이 오기도 하지만

아직 내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별을 헤며 그리워지는 많은 존재에

그저 내 이름 석자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도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이름자 묻힌 무덤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리라.


그리워할 줄 알고

그런 그리움에 떳떳치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그 부끄러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 않는

시인의 인간다움과 강렬한 의지가

많이 그리운 밤이다.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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