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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홍 Stanley Nov 30. 2018

2018년 11월 30일 마종기 “우화의 강”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그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고

만나더라도 오래 좋아하기 어렵다.


그래서,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고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을 담아도

맑게 빛나고 편안하게 감싸주는

그런 사람과 친하고 싶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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