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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2일 이육사 “광야”

by 박수홍 Stanley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달릴때도

어찌 못한 광야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그 첫 씨앗은 가난하고 힘이 없을지라도

천고의 뒤에 자라나 모인 그 거대한 힘이

세상을 바꾸게 할것이다.


그렇다면 나 또한 비록 “가난”하지만

열망과 열정이 담긴 이 씨앗을

드넓은 광야에 지금 이 순간 뿌리고자 한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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