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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2. 2022

또 걸어요

아무도 없는 가로수길을 걸어요

마주 걸어오는 이 없는 길목에 끝도 보이지 않네요

지금 저에게 딱 좋은 길이에요

내가 목놓아 울어도 아무도 듣지 못하니까요

그렇게 난 한참을 걸어요

들려오는 소음이라곤 밟히는 낙엽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뿐이에요

덕분에 내 울음은 나에게도 잘 들리지 않아요

일직선으로 늘어진 길 덕분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걸을 수 있어요

그렇게 걷다 보면 지하철 4 정거장을 걸어요

다시 4 정거장을 따라 걸어와요

더 짙은 밤이 되면 나는 지쳐서 잠들어요

오늘은 아픈 신발을 신고 걸어왔어요

발이 붓고 저릿한 통증이 와요

나는 무엇이 아파서 울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잠시 앉아 끄적이는 이 글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다시 걸어요

이 길 끝엔 끝이 있을까요

하염없이 나는 걸어왔어요

소리 내고 싶은 수많은 날들을 참아왔어요

나는 여전히 걸어요

표정 없는 옷을 입고 아무 고통도 느낀 적 없던 것처럼

다시 걸어요

내 온몸에 난 상처가 보여요

눈을 질끈 감아요

어느새 출발선에 있던 나 같아요

다시 눈을 감아요

나는 또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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