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가로수길을 걸어요
마주 걸어오는 이 없는 길목에 끝도 보이지 않네요
지금 저에게 딱 좋은 길이에요
내가 목놓아 울어도 아무도 듣지 못하니까요
그렇게 난 한참을 걸어요
들려오는 소음이라곤 밟히는 낙엽소리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뿐이에요
덕분에 내 울음은 나에게도 잘 들리지 않아요
일직선으로 늘어진 길 덕분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걸을 수 있어요
그렇게 걷다 보면 지하철 4 정거장을 걸어요
다시 4 정거장을 따라 걸어와요
더 짙은 밤이 되면 나는 지쳐서 잠들어요
오늘은 아픈 신발을 신고 걸어왔어요
발이 붓고 저릿한 통증이 와요
나는 무엇이 아파서 울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잠시 앉아 끄적이는 이 글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다시 걸어요
이 길 끝엔 끝이 있을까요
하염없이 나는 걸어왔어요
소리 내고 싶은 수많은 날들을 참아왔어요
나는 여전히 걸어요
표정 없는 옷을 입고 아무 고통도 느낀 적 없던 것처럼
다시 걸어요
내 온몸에 난 상처가 보여요
눈을 질끈 감아요
어느새 출발선에 있던 나 같아요
다시 눈을 감아요
나는 또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