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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Nov 05. 2022

네가 다 망친 거야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두꺼운 외투를 뚫고 들어오던 밤이 지나갔어요

오늘 아침 몸이 무거웠어요 결국 몸이 아파요

하지만 운동을 갔어요 밀려오는 무거운 기운이 눈, 코, 목구멍을 막았지만

천천히 숨을 뱉어냈어요


이번 주 며칠은 가장 미운 날들이었어요

내가 미웠던, 그가 미웠던, 하루가 미웠던 마음으로 가득했어요

그렇게 미움을 다 뱉어내니 눈앞이 뚜렷해졌어요

병원을 갔고, 나에게 연락하지 않던 그에게 연락을 했고,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하고, 글을 써요


지난 실패들은 나를 다시 노트북 앞에 앉게 해요

아픈 감정을 잊기 위해, 쓰기 위해

지난 그들은 나를 아무것도 없는 빈방으로 만들어놔요

아무 감정도 없는 것처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게 있었어요

나는 분노에 차있었어요 하염없이 분노 위를 걸어 올라갔어요

그 위에서 바라본 바닥의 나는 나에게 고개를 저었어요

그 위에 있던 나는 그대로 몸을 던져 나에게로 돌아왔어요


나는 더 이상 그가 궁금하지 않아요

나에게 연락하지 않던 그에게 나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었죠

경솔하게 뱉어낸 말들은 나의 귀와 눈을 뜨게 했어요

어쩌면 망친 걸 수도, 어쩌면 도망친 걸지도


이젠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다시 나설 준비를 해요


그래 너는 거기서 멈춰있어

네가 망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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