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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Jan 13. 2023

여전히

비 내리는 하늘 

묶어둔 커튼과 열린 창문 

제법 가벼워진 몸, 정돈된 책상

유일하게 버리지 않은 주먹만 한 막대사탕 

전하지 못한 편지들, 짧아진 연필 

의미 없는 알림, 묻지 않은 이름 

잊지 못할 이름 

함께 골랐던 달력, 멈추지 않은 빨간 시계 

그간의 질문이 가득한 책꽂이

너울지게 몰려오는 사진

다시 고쳐 앉는 자세  

맛없는 커피의 따스함

타다닥 거리는 키보드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의 모음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부름 

잠시 벗어둔 안경, 두 번 묶은 머리카락  

노란색과 하얀색으로 섞인 책의 색깔 

편안해진 숨, 고요해진 눈, 더 단단해진 생각 

다른 무게의 온전함, 다시 펼쳐낸 조각들 

더 짙어지고 다듬어져 빛이 나는 

켜켜이 쌓아 나를 세우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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