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편지를 읽었어요
사소하지만 진중한 마음을 잘도 담았더군요
일상을 함께하지 못한 순간의 서운함과 미안함
보지 못한 그리움과 다시 만날 그날을 향한 기다림
숨겨지지 않은 진심이 눈에 보이는 듯했어요
문득 당신이 떠오릅니다
어떤 마음을 담을지 고르고 고르던 단어가
잔뜩 들어간 힘에 눌린 손의 통증이 그립습니다
엄지로 쳐내는 짧은 문장과 그림이 어찌 이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 나에게 써준 다정한 문장들은 이젠 나에게 없지요
미련 없이 버린 종이였는데 당신 마음은 얼마나 찢겨 나갔을지
문득 당신을 헤아리지 못한 내 어리석음에 고개를 떨굽니다
왜 이런 마음은 가장 필요할 때 생기지 않았을까요
지난날 당신이 나와의 사진과 편지를 이제야 태웠다고
난 아직도 가지고 있었냐고 답문 했었죠 그 뾰족한 말이 당신을 더 다치게 했겠죠
당신이 완전히 날 떠나보냈을 거라 확신했고 나는 안도했어요
내가 당신을 놓친 거예요 내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따위 없길
부디 당신만큼 다정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과 함께 하길
지나간 당신의 문장이 언뜻 떠올라
이건 내 몫이라 새길게요
20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