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떠나는 이는 어쩌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커진 실망감은 그간 쌓인 애정과 관계를 단번에 잠식시켜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그들에게서 등을 보였다.
내가 너무 성급한 것일 수 있는데, 단지 그들이 좀 느릴 뿐일 수도 있는데
그 순간은 기다려줄 이유를 생각조차 못했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다.
완벽하진 못해도 대다수의 타인에게 하는 내 행동은 노력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혼자 있게 되면 큰 공허함이 밀려온다.
나는 무엇 때문에 노력하는지, 왜 그런 사람인척 해야 했는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내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늘 어느 기점으로 급격하게 관계에 소홀해진다.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혼자 있고 싶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왜 나만 노력하니.
노력하는 것을 알아주지 않은 것이 서운해서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아서
상대를 탓하며 상대를 털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또 혼자가 되곤 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알아 후회하겠지
이기적이게도
그때 나는 큰 홀가분함을 느끼며
담담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