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by 나무

큰 사거리를 지날 즈음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곡물 부스러기가 도로변과 인도에 뿌려졌다. 어디서 이 많은 비둘기 떼가 왔는지 하나의 큰 비구름으로 보였다. 그 틈에 끼지 못한 몇 마리들은 도로변까지 나와 그것들을 주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위태로울 수가 없었다. 형채도 알 수 없이 짓눌려 바퀴 자국만 남아 있던 들쥐나 비둘기가 떠올랐다. 어찌 보면 먹는 것에 눈이 팔려 죽진 않았을까. 목숨을 건다는 건 알고 저러는 것일까? 하긴. 다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나도 먹고살려고, 일 좀 받아보려고 지금 집을 나선 게 아닌가 싶었다.


먹고살자고 번 돈으로 담배를 샀다. 툭툭. 담뱃잎을 털어내고 물었다.


숨을 뱉으면서 오늘은 받을 수 있을까, 크게 마시면서 요즘 밀려나가는 것 같지 않아요?


우리는 자주 이런 대화를 했다. 늘 벼랑에 있는 듯이 불안했고 눈치보기 바빴다. 그들에게 우린 그저 싼값으로 쉽게 부려도 "연습하는 어린아이들이니까"로 무마되는 듯했다. 받은 만큼만 일하고 싶었지만 몇몇은 그 이상의 노동과 성의를 요구하곤 했다. 그런 어른들의 이중성에 질리고 싫어도 지금 하는 것들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아무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 애가 나에게 언니 우리는 누구처럼 아양을 안 떨어서 이런 걸까요? 라고 물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 애매한 답을 했다. 억지로 하고 싶진 않아. 이어서 답했다. 그 애 역시 웃으며 동의했다.


빈손으로 그곳을 나왔다. 퇴근시간 때의 전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리에 겨우 앉아 책을 읽으려 했지만 두꺼워진 옷만큼 움직임은 제한되었다. 고요한 화장실 사이에서 담배 냄새가 세어 나왔다. 누구냐. 저예요. 대충 존재만을 확인시키고 받을지 모를 그 일들을 대비해 노트북을 켰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거야. 위안이 되지 않겠지만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한참 앉아있었다. 화면에 고정되었던 내 시선이 잠들어 있는 작고 하얀 발의 떨림에 해제되었다. 예쁘다. 내 눈에는 너희는 참 예쁘다.


비둘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누구 하나 죽진 않았을까. 비둘기와 내가 다른 게 뭐가 있을까. 그저 먹고 또 먹다 짓눌려 버린 그것들처럼 죽을 것 같았다. 먹고살기 바빠 내가 아프고 힘든지도 모르면서, 당장 앞가림도 못하면서. 근데 나만 이렇게 생각해? 가족이고 친구고 나 자신보다 먹고사는 게 먼저라고 말하며 날 벼랑으로 밀어주네. 그게 맞는 건가 또 갸웃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