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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06. 2019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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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년 차 잡지 쟁이에 30대를 바라보는 나이로 성큼 올라섰습니다. 아직 어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때로 일에서 사람을 대하는 것 모두 서둘러 경험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도 마감 원고를 치는 중에 문득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매일 힘이 들고 벅차도 괜찮다고 혼잣말하는 저를 보고 애인은 늘 걱정합니다. 그건 외면하고 피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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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거라고 대차게 얘기하고 다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찾다 기성 잡지매체에 들어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것 또한 나와의 타협에 또 타협이 켜켜이 쌓인 자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 믿으며 존버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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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잡지의 루틴 특성상 매달이 반복되지만 다른 주제로 매번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행동을 하는 것 자체로 피로감을 느끼다 점차 그것 또한 무뎌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취준생 때의 무표정으로 돌아간 듯,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건너지는 말들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시 직설적이고 퉁명스러웠던 저로 돌아가기로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란 간사해 결국 상대를 보고 행동하는 것이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착한 사람보다는 어렵고 무서운 사람으로 남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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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옮겨질수록 커지고 과장됩니다. 그래요. 말을 안 하고 살 순 없습니다. 발언을 할 땐 최소한의 생각이 필요하겠지요. 그 정도는 하고 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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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며 느끼는 것은 저는 굉장히 외향적인 사람이란 것입니다. 저는 친분이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내향적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애인의 말에 이 생각이 깨졌지요. 내향적인 사람은 싫은 소리도 못한다고. 너는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살지 않냐고. 네. 그렇네요. 빠른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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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어떤 좋은 일인지 말할 수 없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일은 처음인지라 겁도 났지만 기회를 잡고자 했습니다. 친한 언니는 제게 물들어올때 열심히 노를 젓는 것이라 조언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저임에도 절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창 이 일로 고민하고 혼란스러울 때 도움을 준 소중한 이들에게 화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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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신없는 인생. 진심으로 저를 대해주고 믿어주는 이들을 챙기기도 바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요. 저는 그런 그들에게 잘하고 스스로 챙기며 살기 바빠야겠어요. 모든 이들에게 고마워요. 저를 도와준 사람이든, 다시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든. 모두 제 인생에 있어 큰 배움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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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의 사계를 듣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노래 가사말에 지난 연애가 떠오릅니다. 내 모든 시간을 상대에게 주었지만 결국 끝이 나면 그것들은 그저 지나버린 시간일 뿐. 떠난 후에도 오래 생각하고 고민한 들, 떠오르는 건 내가 널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 쉽게 헤어졌을까. 그래 그때 우리가 제법 괜찮았다면 그걸로 된 것임을. 이제 울고 불고 할 연애는 없을 줄 알았는데 저는 또 그런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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