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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Feb 13. 2020

퇴사했습니다

지난 1월 31일, 4년간 몸 담은 회사에서 퇴사했습니다.


제 직업은 잡지 기자입니다. 취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왔고, 그런 제 일을 사랑합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기자라는 타이틀에 큰 명분을 부여하고 지켜왔습니다. 기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 진실하고 정확한 정보를 위해 뛰어다니는 것. 모두가 나와 같지 않음을 일하면서 수도 없이 느꼈습니다. 제가 감당하기 힘든 모순이었죠. 이를 외면하고 내 갈 길을 가면 되지 않을까 하던 마음으로 버텼지만, 외면하면 안 되는 일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죠. 그것들은 결국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우리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신뢰와 콘텐츠의 질 역시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기자는 늘 자신을 검열하고, 편견 없이 바라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내린 잣대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어떤 문제든 세심하게 고려하며 글을 써야 하지요. 그 때문에 꾸준히 견문을 넓혀 나가야 하고, 사회 문제에도 밝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 있어 저는 확실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죠. 기자라는 명분을 잃어가는 매체에서 기자로서 나아갈 방향과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퇴사한 지금 과연 이상적인 매체가 있을지 실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매체는 광고수익으로 돌아갑니다. 많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1인 미디어가 바람을 불었죠. 많은 광고주는 그런 흐름에 맞춰 소비자들이 찾는 미디어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광고주를 하나둘 떠나보낸 매체는 당장 앞길을 위해서라도 광고수익 메워야 했습니다. 점차 기자들에게 광고 수익에 대한 압박도 들어오는 건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죠. 그리고 현시점에서는 <ㅇㅋㅁ>, <ㅍㅅ>와 같이 잘 나가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업성을 느낀 매체는 자신들의 색은 망각한 채, 따라 하고자 안달이 나 있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종종 환멸을 느낍니다.

우선시되어야 할 콘텐츠의 질은 무시되고 돈을 따라가니까요.

저는 기자가 된 후 광고를 많이 믿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광고를 데스크의 지시하에 광고주 입맛에 맞춰 원고를 써주기도 했으니까요.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요.


잠시 밖에서 바라본 그곳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변화라는 것은 참 어려운 단어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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