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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일당 Aug 08. 2021

극진한 마음 모양

"우리 언제 볼까?"라는 말의 의미

161일째 서른  

 서른 언저리를 맞이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체로 이제는 한 살 한 살 먹는 게 큰 감흥이 없다는 반응이다. 어쩔 땐 생일 당사자보다 내가 더 기쁨이 고조되어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나는 그래도 친구들이 언제고 자신의 생일을 설레고 어여삐 여겼으면 좋겠다. 살면 살수록 삶의 흥취가 없어지는 걸까? 틀린 말이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렇다면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 슬프니까. 

 내 생일이 일주일 전으로 다가왔다. 이유 없이 약속을 잡는 일이 드물어지는 서른 중. 일로 만나서 가까운 사이가 된 상사와 직장 동료와 함께 보기로 했다. 

오롯이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나자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언제 볼까?”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아닌 타인의 생일을 기억하고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식하고 어떻게 기념해줄까 고민한 후 타인을 만나기 위한 마음을 일으킨 다음 손가락을 움직이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타인의 문자음이나 전화벨이 울린다. 이 얼마나 지극한 마음인가. 먼저 내어준 그 마음은 역시나 지극하게 준비한 데이트 코스로 보답한다. 

 ‘공원을 걷고 맛있는 밥을 먹고 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어디든지 하늘나라, 무엇을 먹든지 진수성찬이 아니겠느냐마는 데이트 코스를 계획하는 데 드는 시간은 밥에 뜸을 들이는 것과 같다. 시간을 들이면 더욱 맛이 난다. 평소 눈여겨봤던 공원, 음식점과 카페를 줄 세우고 코스를 하나씩 채워 나간다. 더함도 덜 함도 없이, 딱 맛있게.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에 이렇게 오고 갈 수 있는 마음이 오래도록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일마다 모인 감흥이 생일이 아닌 날에도 배어들어 보다 많은 날에 흥겨움과 즐거움이 생겼으면 좋겠다. 마음, 당신의 마음 덕분에 올해 생일은 나는 이미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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