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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일당 May 30. 2021

애매모호함

친구의 친구 결혼식 다녀온 썰

150일째, 서른.

 해가 바뀌면서 자동으로 카운트된 서른은 좀 서러운 구석이 있다. 내 스무 살에도 비슷했다. 햇수로 따지면 스무 살이면서, 실제로는 십구 년 하고 6개월 정도 살았던 때. 내 주위 친구들은 거의 다 대학교 신입생이었는데 나는 여전히 수능 시험공부를 하는 재수생이었다. 20대라 할 수도 있고 엄밀히 따지면 아니랄 수도 있는 그때의 애매모호함을 서른에도 느낄 줄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책상만 독서실에서 일터로 바뀌었다뿐이지, 나는 변한 게 없다. 


 "뭐해?"

나의 오랜 친구는 지금 어제 거의 십 년 만에 보는 친구의 결혼식을 다녀온 썰을 풀 참이다. 결혼하는 당사자보다도 자신과 같은 신분, '하객'들을 궁금해했었다. 그중에는 x-보이프렌드도 있었는데 걔는 패션이 세련되졌더란다. 실제로 마주하니 어색해서 인사는 주고받지 못했다는데, 100미터 거리에서 '청바지에, 흰 티에, 검은 마이'를 입었다고 말하는 걸 보니 위에서 아래, 아래부터 위 살뜰히도 살핀 듯싶다. 다른 친구 한 명은 쌍꺼풀이 생겼길래 자신도 어느 순간 쌍꺼풀이 생긴 터, 아무 생각 없이 쌍꺼풀 너도 생겼구나! 했다가 의학의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에 어쩔 줄을 몰랐다고. 자기 전에도 그 민망함이 올라와서 이불을 몇 번 찼다고 한다.

"아니 쌍꺼풀이 속쌍꺼풀이더라고.." 

나의 오랜 친구는 기분이 적잖이 싱숭생숭하다. 십 년 만에 본 친구의 쌍꺼풀 때문은 아니고 결혼식이 쏘아 올린 지난 십 년의 노스텔지어 때문이다. 마음이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아쉬움, 이 세 가지 감정의 작당 모의에 끼여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친구 결혼식 썰은 우리를 만약에~과거 가정 게임으로 초대했다. 

"만약에 스무 살로 돌아가면~" 하고 사이좋게 친구 하나, 나 하나씩 말한다. 그녀는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교회를 안 다닐 거란다. 그러고서 술도 진탕 먹어보고 춤도 밤새 춰보고 싶다고. 그게 친구가 정의하는 '방탕'이었다. 귀여운 녀석! 물론 지금도 술 진탕 먹을 수 있고 체력이 스무 살 때만 하진 못하겠지만 춤도 작정을 하면 밤새 춰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서른 살이니까. 그녀는 행위보다는 돌아갈 수 없는, 스무 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스무 살로 돌아가면 독서실 책상에 머리를 싸매고 있는 스무 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인생은 불확실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그러니까 확실하고 정확한 길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이것도 확실하게 말하는 건 아니긴 하다고. 그리고 그녀와 지금 클럽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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