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아닌 마음을 바라보며…
능소화 흐드러진
성불사 입구에
아담한 다리 하나
화려한 아름다움
그 꽃에 가까이 가면
시들어 버린 꽃대롱 위로
바지런한 개미가족들.
흐드러진 꽃잎과
시들어진 꽃대롱
둘이 아니라네
경계가 보이는 것은
이미 둘이라네
보는 놈이 있고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은 생각이 만든 허상
보는 것도 내가 아니고
보이는 것도 그것 아니네
경계지은 그곳엔
행복이 신기루같네
갓난 아기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처럼,
사랑에 빠진
연인을 떠올릴 때처럼
감각도
인지도
본디 둘이 아니라네.
사랑 안에는 경계가 없네
행복 안에는 분리가 없네
아기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신기해 하며 감탄하듯
이순간
문득 찾아오는 현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탄하는 일.
그것이 구원이고
여기가 천국이네.
이 시각이 깨달음이요
이 마음이 열반이네.
구할 것도 없고
붙잡을 것도 없네.
태초부터 이것 하나 뿐이니
애쓸수록 멀어지고
깨닫고자 하니 아득하네.
크리스챤이나 불자도
라마승이나 수도사도
이 청정한 마음안에
모두 하나라네.
불이중도가 흐르고
선악과가 사라진 곳.
이 마음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네.
그대로 그러한 것
자연이라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