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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들어가는 글)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 - 들어가는 글

by 김정훈

이 글은 제가 3년 전부터

백세 인생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시작할 때부터 쓴 글입니다.


바삐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한 번쯤은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서

일기처럼 쓴 글들입니다.


특별히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저의 지난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요즘처럼 모두가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고

마음을 함께 나눌 이 없어 허전할 때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어디에서라도 그곳에서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들어가는 글


인생은 해석이다.



스물아홉 살에 결혼.

가난해서 지인의 다락방에 천만 원 전세로 신혼살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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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에 의과대학 가겠다고 재수학원 등록.

하루 공부시간의 80%는 수학에 투자해야 할 만큼 수학에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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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공부하면서 돈이 없어서

한 해에 5번 이사 다니고

만삭의 아내와 함께 하숙 생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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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아이가 딸린 늦깎이 의대생이 되어

띠동갑 친구들과 공부.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과정 마치고

지원하는 전공마다 낙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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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임시직으로 일하다가

전혀 낯선 새로운 환경에서,

그것도 수련이 힘들다고 도망간 전공의 결원 자리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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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을 마치고 나니 43살.


이러한 팩트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人生은 팩트가 아니라 해석이다.


신문기사는 팩트가 중요하지만

인생은 팩트보다 해석이 더 중요하다.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에너지는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생명은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팩트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팩트에 대한 나의 반응을 바꿀 수는 있다.


팩트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생명이 있다면 말이다.


지금도 나는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여전히 배우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능한 의사라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늘 당당하게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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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를 좋아하고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환자 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임에 틀림없다.


가장 행복하다는 말에는 모순이 있다.

행복은 비교하는 개념이 아니기에

비교급은 없지만

최상급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라고 할 때

누군가가 “내가 더 행복한 의사야!”라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더없이 고마울 것 같다.


세상은 내가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넘쳐나야 하지 않겠는가?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 말을 무척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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