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강아지가 당신의 심장을 구한다?
고지혈증을 극복하는 온갖 방법을 다 찾던 중 재미있는 논문을 몇 편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애완동물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와우~ 내가 좋아하는 애완견이랑 고지혈증을 함께 극복할 수 있다구?"
찾아 보니 외국에서는 이런 방면의 연구가 상당히 많이 있었더군요.
게다가 논문도 허접한 의학잡지가 아니라 심혈관질환에서의 인용지수가 상당히 높은 무려 "circulation"이란 잡지였고 미국심장협회에서도 후원한 꽤 권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발표도 2018.12.31이니 최근 연구결과이지요.
제목 자체가
애완동물 주인과 심혈관질환 위험
이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것의 이로운 점을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신체활동 증가(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 고지혈증 개선, 고혈압 개선, 스트레스 감소, 심혈관 위험 감소, 비만 개선 등입니다.
이 논문을 보면서 "개이득" 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애완견과 함께 사는 것은 정말 여러가지 이득이 많았는데 논문 제목이 애완동물인데 왜 굳이 제가 강아지만 언급할까요?
고양이나 다른 애완동물은 스트레스 감소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개선,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야기들은 애완동물 중에서 강아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나 씩 개와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에서 벗어나는 내용을 살펴 볼까요?
1. 개와 함께 살면 신체활동이 증가한다.
신체활동이 감소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애완동물이 없던 사람이 고양이나 개를 애완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뒤에 산책 시간을 함께 비교했는데 고양이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개를 입양한 사람들은 월등히 많은 산책을 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내용은 보호소에서 입양한 경우를 연구한 것입니다. 일주일에 거의 배 가까이 산책활동이 늘었으며 고양이는 효과가 없었고 개만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만 하는 것을 누군가는 이렇게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한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고지혈증 개선
다른 연구에서는 총콜레스테롤을 분석했는데 애완견을 키운 사람들이 201로 대조군 206보다 살짝 낮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차이는 크게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성지방 감소는 의미가 있습니다.
전에 말씀 드렸듯이 중성지방은 지방을 산화, 당화시켜서 지방을 나쁜 놈으로 변신시키는 핵심요소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108로 개가 없는 사람의 125보다 의미있게 낮았습니다.
더구나 60세 이상의 대상군으로 한정하면 109 대 192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중성지방이 낮았습니다. 이것은 개와 함께 사는 것이 노인들에게 더 의미가 크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개를 기르게 된 집에서 그 부모나 나이든 분들이 더 좋아하는 집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산책을 하지 않는 경우는 고지혈증 개선효과가 별로 없었습니다. 고지혈증 개선 효과를 보시려면 애완견을 반드시 산책을 시켜주셔야 됩니다.
개와 함께 산책을 하면 심혈관계 위험의 중요한 요소인 흡연이나 당뇨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댁의 강아지가 끙끙거리면서 자꾸 산책을 나가자고 조르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장수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입니다. 여러분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 자기와 오래 오래 함께 살자고 산책을 재촉하는 것이라 생각하세요.
3. 고혈압 개선
개와 함께 걷는 사람들은 수축기 평균 혈압이 132.8로 개가 없는 사람들 139.5 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것은 경계성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이 고혈압약을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고혈압이 막 시작된 분들이라면 고혈압약을 먹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개와 함께 걸으면서 기분좋게 누리실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그렇게 위험하다고 떠들면서 개와 함께 걸으라는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개와 함께 산책할 의도가 없는 분들, 그냥 쉽게 약을 먹고 조절하고 싶은 분들은 그렇게 하셔도 되지만 저처럼 약 먹기 싫고 어떻게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건강을 지키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은 실제 고혈압 유병률도 낮았습니다. 이 효과는 개인의 비만도나 경제적으로 잘 살고 못 사는 것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효과가 있었기에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악성 고혈압이나 콩팥에 문제가 있는 분들,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라면 약을 드셔야 합니다.
4. 스트레스 감소
애완동물을 통해 재미있는 연구를 한 분들이 있습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남들 앞에서 연설할 때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본 것입니다. (실제 스트레스 호르몬도 오르고 혈압도 오르기 때문에 타당합니다.)
그랬더니 애완동물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수학문제를 풀거나 연설을 할 때 수축기, 이완기 혈압이 모두 애완동물과 함께 있지 않는 사람들보다 월등히 낮았습니다.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선수들이 활을 쏘기 직전에 심장박동수를 표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이런 실험을 애완동물과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한 것입니다.
수학문제를 풀거나 연설을 할 때 심박수가 대조군에 비해 월등히 낮고 혈액 속에 있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물질(레닌)의 농도도 훨씬 낮게 유지되었습니다.
이 연구가 참 재미있었는데요 애완동물이 있는 사람들은 안정시의 심박수와 혈압이 모두 낮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비교적 약하게 반응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지나가면 회복 속도도 훨씬 빨랐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것은 다른 연구처럼 개와 함께 산책을 하지 않아도 단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개가 아닌 어떤 동물이라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물론 심지어는 뱀이라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다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게임 속 캐릭터 애완동물이라도 자신이 돌보고 있다면 스트레스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보면서 사람은 늘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기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누군가를 케어하고 있을 때 더욱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기 보다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닐까요?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많은 스트레스는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할 대상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애완동물과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가진 고혈압 환자도 6개월 후 스트레스가 감소했고 심근경색 환자들의 심혈관 위험도 감소했습니다.
한 가지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자율신경의 균형 회복이 빨랐는데 이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것과 비슷한 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 비만과 과체중이 개선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비만이나 과체중도 호전됩니다.
이 연구가 특이한 점은 개를 기르지만 함께 산책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비만이나 과체중 비율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와 함께 사는 것이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지만 비만과 고지혈증, 고혈압 개선 효과를 보시려면 반드시 산책을 나가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연구도 있었는데 어린이들은 비만 감소효과가 더욱 컸습니다. 그러니 비만한 자녀를 둔 분들은 잘 상의하셔서 강아지를 데리고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산책을 나가 보시면 어떨까요?
6.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에 대한 다양한 지표들을 분석했는데 일반적인 사망률은 개 뿐 아니라 고양이를 기르는 분들도 감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으로 재입원하는 사람들이나 심근경색으로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비율 등은 개를 기르는 사람들에게서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1년 후에 사망한 비율도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거의 다섯 배 가까이 낮았습니다.
부정맥 환자들의 총사망률은 개를 기르는 사람들에 비해 개가 없는 사람들은 11% 정도 높았는데 이것은 상당한 수치입니다.
이번에 말씀드린 논문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 특별히 개를 기르는 것(함께 산책 필수)은 심장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낮춘다.
또한, 비만, 중성지방, 혈압, 스트레스를 낮춰 준다.
이거야 말로 개이득 아니겠습니까?
이로 인해 삶의 질과 양이 함께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개를 기르는데 따르는 여러가지 신경 쓸 부분도 있지만 형편이 괜찮으시다면 여러분 삶의 질과 양을 위해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시간에는 맨발산책이 심혈관질환 개선이 된다는 내용으로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