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을 기다리는 밤, 아니 새벽
원래는 9시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겨 서울역 도심공항 체크인을 할 계획이었다.
출발 3시간 전까지 체크인이 가능해서 부지런히 움직이면
여유 있게 서울역에서 체크인을 하고 직통열차를 탈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새벽 주요 근무를 하고 나니 6시 10분경.
얼추 정리하고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졸음이 쏟아졌다.
같이 근무한 후배는
”어휴, 선배님. 몇 시간 연속근무예요. 일찍 들어가세요. “ 들어가라고 성화다.
잠깐 여유 있을 때 샤워라도 먼저 할까 고민했다.
딴짓을 해도 자리에서 해야지.
그냥 자리를 비우는 건 아무래도 아니다.
교대근무자들 오면 바로 갈 테니까,
걱정 말라고 후배에게 일러두었다.
웬걸 교대하면서 말이 길어져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 샤워실에 갔다.
‘천천히, 천천히. 서두르다 시간 더 늦춰질라.‘
’천천히‘를 되뇌며 서두르려는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짐을 정리한 후, 백팩은 챙겨 여행 가방을 찾으러 갔다.
생각보다 늦어졌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
그런데 나를 맞이한 건
사물함 키오스크의 검은 화면과 에러메시지.
짧게 설명하자면
키오스크 컴퓨터가 고장 났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약 30분간의 우여곡절 끝에 여행가방을 찾았다.
덕분에 손등엔 영광의 멍과 생체기가 남고, 여유 있던 이동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방을 가지고 나가니 하늘은 속절없이 맑더라.
그래도 서두르면 마감시간 20분 전에는 갈 수 있다.
아무튼, 시간은 괜찮다.
내 마음이 안 괜찮을 뿐.
부랴부랴 서울역에 도착해서 겨우 체크인을 했다.
수속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직통열차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잡았더니,
시간이 너무 남아버렸다.
단숨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집에 갔다 공항에 가는 거와 뭐가 다른 거지.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그래도 체크인&수화물 위탁하는 시간이 절약되니 나은 건가.
아무튼, 시간은 아직 괜찮다.
내 마음이 안 좋았을 뿐이다.
덕분에 열차에서는 거의 기절을 했다.
공항에 겨우 도착하고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그다음엔 뻔한 이야기다.
보딩 시간에 맞추어 줄을 서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과 패키지여행을 가는 어르신들 사이에 껴서)
비행기를 탔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타는 a항공사의 특별기내식에 너무 실망했다.
오사카에 도착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입국수속을 기다리며 글을 쓰고 있다.(16:36)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숙소 체크인을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오사카를 과소평가했나 보다.
18시 30분에 시내에 도착해서 호텔 체크인을 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짐정리를 하고 저녁을 사러 나갔다 왔다.
샤워를 하고 배가 차니 좀 괜찮아졌다.
오늘 출발이 이렇게 험난할지 누가 알았을까.
심지어 도착해서 보니 보조배터리 케이블을 회사에 두고 온 걸 깨달았다.
이번 여행 정말… 첫날부터 요지경이다.
게으름과 귀찮음으로 무장한 나는
이런 일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휴..
내일은 어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