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콘텐츠(1)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 세우고 검증하기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 What Why How

by 최창근

콘텐츠 기획안은 쓸 때마다 어렵다. 처음이라면 처음이라서 난관이고, 몇 번 써봤다면 기획안 하나에 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아서 막막하다. 에디터, PD, 콘텐츠 매니저 등 직함과 관계없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소속과 관계없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고충이다.


콘텐츠 기획안을 쓸 때 가장 기본으로 정립해두어야 할 것은 바로 ‘누구를 대상으로 만드는가’이다. 보고, 읽고, 즐기는 데 아무도 시간을 쓰지 않을 콘텐츠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핵심 독자’, ‘주요 시청자’ 같은 식으로 타깃 고객을 상정하고 그 정보를 기획안 곳곳에 녹이는 것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콘텐츠를 기획할 때 타깃 고객이 있는지 상정하고,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예상만으로는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증이 성공한 뒤에야 비로소 기획안에 타깃 고객 항목을 정식으로 채울 수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어떻게 실제로 해볼 수 있는지 소개한다.


콘텐츠의 타깃 고객과 그들의 문제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누구를 대상(타깃)으로 콘텐츠를 만드는지, 그 사람이 가려워하는 곳은 어딘지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 40만 원으로 4인 가족 밥상 차리기』라는 요리책이 있다고 해보자. 이 책의 타깃은 누구일까? 다들 머릿속에 떠올렸듯 ‘3~4인 규모 가족의 끼니를 챙기는 사람’일 테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진 문제는? 어렵지 않으니 살짝만 고민해보자. 아마 ‘물가 상승 시대에 가족의 식사를 정해진 예산으로 어떻게 책임질까’일 것이다.




앞의 예시는 타깃 고객과 그들의 문제를 따로따로 언급하지만 기획안을 쓸 때는 섞여서 언급되곤 한다. 한 사람의 고객을 상상하는 작업은 그들의 나이, 성별, 직업, 결혼 여부 같은 기본 정보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문제까지도 함께 떠올려야 하는 것이다. 콘텐츠 기획의 고수들은 이미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다. 그들이 이를 기획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인용문을 함께 살펴보자.


콘텐츠 기획법을 안내하는 책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의 9장 「기획안 작성하기」에서는 해당 책의 타깃 독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사람,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 회사에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야 하는 사람이 이 책에서 목표로 하는 독자다.


출판사에 투고하는 법을 안내하는 책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의 5장 「예상 독자: 내 책을 읽어 줄 누군가를 찾는 법」에서도 해당 책의 핵심 독자를 예로 들며 타깃 고객 정의하는 법을 소개한다.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고자 하는 사람. 자신의 지식, 경험, 감상 등을 글로 써서 책으로 출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나마 해 봤거나 이를 실현에 옮기기 위해 이제 막 원고를 쓰기 시작한 사람. 투고 원고를 검토하는 출판사의 특별한 기준이나 관점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하략)


두 가지 예시에서는 ‘사람’을 수식하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의 기획안은 ‘만들고 싶은’ 또는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기획 제작해야 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독자의 니즈와 문제를 나타냈다.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에서는 ‘알고자 하는’, ‘출판해보고 싶다는 생각’, ‘무엇인지 궁금한’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타깃 고객을 설정할 때 그들의 문제, 니즈, 페인 포인트를 중요시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타깃 독자를 예상할 때 그들의 문제까지 함께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콘텐츠가 고객이 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잠재 고객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해결법, 지식, 정보 등을 찾아다니고 있고,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콘텐츠에 시간과 돈을 쓴다. 이런 이유로 콘텐츠 기획은 고객과 그들의 문제를 정확히 상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고객과 그들의 문제, 예상을 넘어 검증이 필요한 이유

현재 내가 기획 중인 콘텐츠를 소비할 사람은 누구인지, 그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일지 예상하는 방법은 많다. 대개 이런저런 자료를 조사하고 레퍼런스를 분석하며 좁혀가는 방법을 선택한다. 전문 기관의 통계 자료를 읽어보거나, 시사 이슈와 SNS에서 엿보이는 동시대 사람들의 사고 양식을 분석하거나, 친구 및 동료와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등 기획자마다 나름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법은 모두 ‘예상’에 그치기에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현재 기획 중인 콘텐츠가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실제로 먹힐지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즉, 예상하는 고객이 실제로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위의 방법은 모두 기획안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할 뿐이라, 확신을 갖고 결정을 내리는 데는 2% 부족하다.


스타트업에서 예상을 경계하고 직접적인 근거를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만을 근거로 하면 실제 수요와 먼 콘텐츠를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신력 있는 통계를 참고한다고 해도 실제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큰 문제라고 느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객의 문제는 시장의 수요와 연결되고,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수요가 없는데 있다고 상정하게 되는 것이다.


수요가 없는데 콘텐츠를 만들면 당연히 팔리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는 팔리지 않을 콘텐츠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콘텐츠가 메인 프로덕트인 스타트업 또는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운영하는 조직은 고객과 그들의 문제가 실재하는지, 실재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의 잠재 고객이 어느 정도 강도로 문제를 느끼는지 검증한다. 이러면 콘텐츠를 런칭했을 때 비즈니스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예측하고, 실제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검증 과정에서 고객이 실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목표 대비 규모가 작다면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다. 그 리소스를 아껴서 성공이 보장된 다른 기획에 투입해 생존과 성장을 이어간다. 고객과 그들의 문제를 리서치하고 검증하기까지 소요된 리소스가 아깝지만, 다 제작해서 시장에 내놓은 뒤에 실패를 깨닫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스타트업에서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다고 한다. 고객을 예상하는 것 = 고객 가설, 그들의 문제를 예상하는 것 = 문제 가설이다. 검증은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이 실재하는지 밝혀내는 것을 말한다.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 어떤 방법으로 검증할까?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을 검증하는 데 많은 방법을 찾아보고 활용해봤지만, 단 하나를 꼽는다면 설문조사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첫째, 검증한 내용을 신뢰하기 좋다. 설문조사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답변을 얻기에 용이하다. 이때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온라인 쇼핑할 때 리뷰 수가 많을수록 별점에 더 믿음이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설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규모가 보장되면 확신을 가지고 기획을 실제 콘텐츠로 만들지 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둘째, 검증 결과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좋다. 설문조사는 구글폼, 타입폼 등 전용 서비스를 활용해 진행하는데, 설문 소프트웨어는 결과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응답이 어느 경향성을 보이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뉴스에 그래프가 있을 때 이해가 한층 잘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팀원 및 매니저에게도 객관적인 형태로 공유할 수 있어 기획 진행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설득하기도 용이하다.


셋째, 두고두고 활용하기 좋다. 설문조사 결과는 회사가 타깃하는 고객이 어떤지 보여주는 귀한 자료다. 이런 자료가 쌓일수록 타깃 고객에 대한 페르소나가 더욱 또렷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번 설문에서 고객&문제 가설을 기각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추후 다른 기획에 대한 의사결정을 돕거나 새로 출발할 지점을 마련하는 발판이 된다. 나아가 콘텐츠 조직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개발, 디자인 등에 근거 자료로 활용되어 서비스의 톤앤매너가 정렬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설문조사 양식은 어떻게 작성하는가?

위의 소제목을 읽자마자 자신이 참여해본 설문 양식을 떠올렸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앞으로 진행할 설문을 어떻게 구성할지 감이 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느낌 가는 대로만 구성하면 설문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것도 다 나름대로 만드는 방법과 순서가 있다. 설문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흔히 범하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할 노하우를 단계별로 소개한다.


1단계: 검증에 대한 기준 정하기

설문을 시행하기 전, 이번 설문의 결과가 어떻게 나와야 검증 성공인지 아닌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설문 결과를 받아봤을 때 이게 검증이 된 건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아 찝찝하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준을 정하는 건 가설문을 쓰는 문법에 따르는 것이 좋다. 이전 아티클에서 소개한 내용을 짧게 복습하자면, 가설문은 ‘~하면 ~할 것이다’의 형식으로 쓰고 ‘~할 것이다’ 부분에 구체적인 수치를 함께 언급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 월 40만 원 예산 요리책의 잠재 고객 중 65%는 물가 상승이 밥상 차리는 데 가장 큰 부담이라고 답할 것이다’라고 쓰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설문 시 65%가 넘으면 이를 가장 우선순위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맞다고 판단하면 된다. 모든 문항을 이렇게 접근할 필요는 없고, 기획 진행의 가부를 가를 만한 핵심 문항을 중심으로 가설문을 작성하면 된다.


2단계: 설문조사를 기획하기

가설문을 다 썼으면 설문조사에 대한 개요를 작성하자. 그래야 설문지를 만드는 동안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다. 작은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문조사 기획안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적는다.

설문 목적: 콘텐츠 기획 과정에서 고객 가설과 문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므로, 각자 기획에 알맞게 목적을 작성한다.

설문 대상: 설문지를 뿌릴 대상도 고객 가설에 이미 나와 있다. 4인 가족 월 40만 원 예산 요리책 예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만든다면, ‘전국에 거주하는 30대 이상 기혼 성인으로 가족 구성원이 3명 이상인 사람’이라고 적는 식이다.

설문 기간: 설문을 시작해서 종료하는 기간을 각자 기획 일정에 따라 정한다.

설문 배포처: 설문지를 어디에 뿌릴지 미리 정해놓는 것이 좋다. 여러 곳에서 설문을 수집해야 답변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답변 수가 저조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리멤버 리서치나 오픈서베이 등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예상 문항: 자신이 수집하고자 하는 문항을 한번 나열해보는 작업이다. 꼼꼼히 할 필요는 없고 방향성을 잡을 정도면 좋다. 그래야 빼먹으면 안 되는 문항은 무엇이고, 응답자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은 어떤지 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3단계: 설문지 제작하기

길잡이가 될 설문 기획안을 작성했으니 핵심인 문항을 작성할 차례다. 세부 문항과 흐름은 기획에 따라 달라지므로, 디테일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설문지를 제작하면서 꼭 지켜야 할 원칙을 공유하여 오류를 최소화하게 돕는 일은 이번 파트에서 할 수 있다.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원칙1: 가설로 세운 것은 빠짐없이 검증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 40만 원 밥상 차리기’의 주요 고객이 당연히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해 성별에 대한 질문을 빼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할 것 같더라도 어디까지나 생각에 그치는 요소이므로, 굳이 한 번 더 물어보고 실제 답변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타깃 고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회 고정관념대로 여성의 비중이 높게 나올 수 있고, 성평등 분위기가 확산돼 남성의 비중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는 등 실제로 확인할 때까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세상에 당연한 답변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알고 싶은 것은 반드시 되묻고 실제 답변을 똑똑히 확인하자.


원칙2: 하나의 문항은 하나의 답변만 수집하도록 한다.

대다수 설문이 하나의 문항으로 여러 종류의 답변을 수집하려는 오류를 범한다. 흔한 예시로 ‘가장 선호하는 것과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가 있다. 얼핏 질문을 한 개만 건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2개가 합쳐져 있다. 가장 선호하는 것이 첫 번째 질문, 그 이유가 두 번째 질문이다. 올바르게 구성하려면 문항 두 개로 구성해 먼저 ‘가장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하고 묻고 그다음 질문으로 ‘앞서 질문에 그렇게 응답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야 한다.


응답자는 친절하지 않아서 질문의 일부에 알맞은 답만 작성하거나 아예 설문을 포기하고 이탈할 수 있다. 이러면 원하는 답변을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고, 설문조사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문 문항은 반드시 하나의 문항으로 하나의 답변만 받을 수 있게끔 구성하자. 처음부터 완벽히 하지 않아도 된다. 초안을 작성한 뒤 검토하는 과정에서 떼어놓을 것들을 떼어놓으면 이 원칙을 쉽게 따를 수 있다.


원칙3: 객관식 문항의 선지는 최대한 풍성하게 제시해야 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할 때 ‘왜 내가 생각하는 선택지가 없지?’ 느낀 적 있을 것이다. 설문을 만드는 사람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고 문항의 선택지를 작성해서 생기는 문제다. 보통 이런 문제는 자기 생각을 중심으로만 선지를 구성하고, 자신이 모르는데 꼭 넣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는?’이라는 질문을 구성할 때 머릿속으로만 후보를 떠올리고 선택지를 짜면 안 된다. 나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한 가볍게 검색이라도 해보고 여러 사람의 선호를 반영하여 선택지를 구성해야 한다.


만약 선택지를 풍성하게 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설문에 응답하는 사람이 자기 생각과 다른 답변을 선택한다. 이러면 답변이 왜곡되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결과가 생긴다. 시간과 인력을 써놓고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 가설을 검증하는 문항을 작성할 때 선택지 구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잠재 고객 개개인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지, 어떤 고민을 할지는 가벼운 검색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친한 친구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도 털어놓기 전까지는 잘 모르는데, 시장 어딘가에 있는 사람의 페인포인트를 상상만으로 추측하는 건 당연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안갯속에 있는 선택지 후보를 끄집어내는 방법은 3가지다. ①지인 퀵 인터뷰와 ②데스크 리서치, ③선배 제품 분석이다.

①지인 퀵 인터뷰: 지인에게 묻고 싶은 것만 빠르게 알아내는 인터뷰다. 예를 들어 ‘고물가 시대 3~4인 가족의 밥상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의 고충을 알고 싶다면 주위에서 적합한 사람에게 전화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문제 가설을 알아내는 것이므로 ‘불편한 점’, ‘고민인 점’이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보면, 자신의 얘기를 술술 꺼낸다. 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1명당 5~10분씩이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페인포인트를 알 수 있다.

②데스크 리서치: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SNS에서 타깃 고객의 고민과 페인포인트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를 기획 중이라면 이들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보는 것이다. 블로그에는 문제풀이, 논술 스터디 등을 하면서 겪은 점을 일기 또는 후기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 있기 마련이고, 어려운 점을 꼭 함께 언급하곤 한다. 이런 식으로 깊이 있게 리서치를 해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발굴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③선배 제품 분석: 콘텐츠가 수없이 쏟아지는 시대, 현재 자신이 기획하는 콘텐츠와 비슷한 타깃을 공략한 콘텐츠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을 확률이 높다. 이를 스타트업에서는 ‘선배 제품’이라고 하며, 선배 제품 분석은 상세 페이지, 보도자료, 머리말 등 기획의도가 잘 나타난 부분을 읽어보면서 어떤 문제를 공략했을지 역으로 추론하는 방식이다. 뽑아낸 문제를 가설화하고 설문을 통해 내 잠재 고객에게 물어보면, 선배 제품이 공략한 페인포인트와 일치하는지 아닌지 등을 알 수 있어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점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4단계: 설문지 검토하기

위에서 소개한 단계를 따라 설문지를 작성했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면서 검토해야 한다. 글을 쓴 뒤에 퇴고하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다. 설문지 양식에 눈이 익어서 보완할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면 주위 동료에게 부탁하거나,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흐름과 추가할 문항이 있는지 등을 피드백해줄 것이다. 검토를 요청할 때는 설문 기획안에 적어두었던 목적과 타깃을 정확히 밝히면 더 풍성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아래는 그동안 설문지를 여러 번 제작하고, 동료의 설문지를 검토하면서 꼭 확인했던 3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질문은 중립적으로 쓴다: 질문에 특정 단어가 들어가면 답변에 편향이 생길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얼마나 좋아하나요?’ 같은 식으로 질문하면 안 된다.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응답자는 ‘좋아하나요?’ 쪽으로 사고 흐름이 형성돼 아쉬웠는데도 좋았던 정도를 중심으로 답변할 확률이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느끼나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식으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주관식 질문을 포함한다: 주관식 질문이 중간 중간 들어가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을 상세하게 부연하는 역할을 할 때 효과가 좋다. 예를 들어 ‘장볼 때 가장 고민인 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객관식으로 제시한 뒤, 이어나오는 질문으로 ‘앞서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주관식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답변은 고객이 날것의 언어로 말해주므로, 추후 고객 언어를 기반으로 한 카피를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정보 수집에 주의하자: 설문조사는 경품을 제공하면 응답을 얻기 더 수월하다. 경품을 주기 위해서는 이름, 전화번호 등을 수집해야 하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설문조사 말미에 개인정보 수집 관련 근거 법령을 언급하고, 수집 목적과 범위, 보유 기관 등을 정확히 안내하는 등 지킬 것이 많다. 이름과 전화번호뿐 아니라 주소, 이메일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관련 아티클을 찾아보면 정확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설문지를 배포하고 답변을 기다리자

앞서 소개한 것들을 기초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검토했다면, 이제는 배포할 차례다. 설문 기획안을 작성할 때 파악해둔 채널에 설문지를 뿌리면 된다. 설문지를 뿌릴 때는 간단한 인사말과 실시하는 목적 등을 언급하고, 경품이 있다면 반드시 안내하는 것이 응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설문지를 뿌렸다고 손놓고 있지 말고, 초반 추이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설문조사는 초반 답변 수가 성과를 좌지우지하는데, 이때 응답 수가 저조하다면 재빨리 다른 채널에 추가로 배포하는 등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설문 응답 수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신뢰도가 있는 상태로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수집한 설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솔루션 가설을 수립 및 검증하는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정상태,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유유, 2018.

황효진,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유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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