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드론 띄어서 나 자신 바라보면! 정수리가 간질~

 선칠집중수행 3일차

"자 이제, 호흡을 하면서

마치 드론을 띄어서 보듯, 나 자신을 보도록 하십시오.

왜, 이런 생각과 감정이 일어났지. 자기 자신을 분석하게 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남 탓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의 문제입니다.

인공위성을 띄우듯, 드론을 띄우듯, 자기 자신을 내려다보세요.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 것' 자체를 체험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날의 미션은 아나빠나사띠 호흡을 하면서, 동시에 드론이나 인공위성을 내 머리 위에 띄어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드론을 띄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눈감고 상상해 본다.


나는 지금 깊은  여기, 고요히 앉아 있다. 사실 고요히는 아니다. 15분, 20분마다 뒤척이고 있다. 사실 허리 펴고 제대로 앉아있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깨도 무겁고, 목도 뻐근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머리는, 가슴은 미친 듯 동요하고 있다. 원숭이들이 이 나무, 저 나무를 뛰어다니듯,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이 감정에서 저 감정으로 점핑한다.

아, 고요해질 수 없는가. 이런 생각조차 멈출 순 없는 걸까. 자책하는 마음이 들다, 문득 어제 읽은 책 내용이 기억난다.

사랑받는 법을 아는 고양이 웅이, 잘 있니?

"그날 새벽 나는 이미 탁발하러 나갔고 아잔 자가로는 아직 절에 있을 때 한 사내가 한 손가락의 반을 잃은 상태로 우리 절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사연인즉슨 사내가 자기 전 물소를 데리고 풀을 먹이러 가고 있었는데 물소가 갑자기 겁을 집어 먹고 마구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물소를 잡아먹고 있는 밧줄이 사내 그 손가락을 휘감고 있어 사내가 물소를 뒤로 당기는 순간 밧줄이 그만 그 손가락을 반토막을 내버렸다.


사내의 손가락은 피범벅이 되어 있어 아잔 자가로는 즉각 차에 올라타 사내를 병원에 데려다줬다. 이틀뒤 나는 반만 남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 사건은 사내가 흥분해 들뛰는 물소 다루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는 물소를 놓아 버렸어야 했다.


당신의 마음이 산란할 때도 같은 전략을 써야 한다. 그냥 놓아 버리는 전략을. 산란한 마음을 억제하려고 하지 마라. 그 마음을 멈추게 하려고 하거나 통제하려 할 경우 그것은 더 사납게 날뛰어 다루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럴 때 당신이 할 일은 그저 "오케이, 마음이여, 네가 하고 싶은 게 그거라면 그렇게 해"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그저 알아차리는 상태에서 그 어리석은 마음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만 가만히 관찰하면 된다. 그 마음을 멈추게 하려 들지 말고 그냥 주시하고 이해하면서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 주어라. 그것은 마치 이리저리 뛰고 싶어 하는 어린애를 다루는 것 같다.


당신이 마음이 산란할 때 제발 죄책감을 갖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그럴 때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과거에 쌓인 업의 원인들, 곧 업연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의 속성일 뿐이다. 당신은 과거로 돌어가 그런 업을 낳은 원인들을 말소시킬 수가 없어 지금 그 결과들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어디론가 어딘가로 내달려가고 싶어 한다면 당신이 할 일은 그저 팔정도의 두 번째 길인 올바른 의도를 떠올리는 것뿐이다. 그저 놓고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주는 것이다.


- 성난 물소 놓아주기, 아잔 브라흐마



그래, 저 유명한 스님도 그리 말한다. 마음속의 물소가 뛰어다닐 때는 그냥 놓아버리라고. 죄책감 갖지 말고, 그저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해주라고. 나 자신을 너그럽게, 친절하게 다시 살펴본다.


내 몸을 먼저 관찰하게 된다.

몸이란 게 참 웃기다. 지난 6개월 동안 거의 매주 병원들을 전전했다. 인후염, 비염, 장염 등등 병원을 갈 때마다 염증이 있으시군요, 면역력이 떨어졌어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혹시나 몰라서 여기 명상 오기 전에 수액도 맞고, 약봉지를 한가득 가져왔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2-3일째가 되자 증상들이 싹 사라졌다. 약 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아픈 곳이 없어졌다.

정말 나의 몸이 아팠던 것일까. 마음이 만든 것이었을까.


내 마음과 생각도 관찰해 본다.

내 마음은 아직 슬픔 속에 있다. 하지만 좌절과 우울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내가 바라던 대로 됐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게 되었다. 설마 자신이 없는 거니? 아니,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다만, 지금 지쳤으니 쉬고 싶을 뿐이야.


사람들에게 먼저 베풀면 된다고 생각했었어. 내가 먼저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야. 무조건 먼저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건 아니야. 또한 무조건 신뢰를 가지고 대하면 안 되는 거지. 내 호의와 친절을 받을만한 사람인지, 먼저 잘 살펴야지. 잘 알아봐야지. 그리고 그가 행하는 것을 보고, 그에 합당하게 내 마음도 주어야지.

다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될 때,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 그게 확신이 들 때,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성공한 사람에게는 귀태가 납니다. 귀태가 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귀태는 어디서 오는가, 바로 여유에서 옵니다.

그 여유는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나쁜 습관은 나도 모르게 진행됩니다.

습관을 바꾸려면, 그 조건을 갖춘 곳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합니다. 스승의 말 한마디에 20-30년이 바뀝니다."


각산스님의 말씀 중엔, 내게 정말 필요한 조언들이 많다.

여유, 몸과 마음의 여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서 여유가 있기 위해서는 조급하지 않고, 부정적이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나쁜 습관들, 이를테면 일을 내 계획대로 시간 맞춰 해내기 위해 무리하는 것, 나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 묻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성격 급해서 먼저 가르치려 하는 것 등등. 이런 모든 것들도 바꾸어야 할 때다.

중년 이후, 더 나은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여유' 그리고 '좋은 습관'

나에게는 내가 속한 모든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 그러므로, 퇴사는 정말 좋은 기회다.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영혼의 건강.

언제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었다.

이젠, 나의 영혼의 건강도 보살펴야겠다! 마음과 영혼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지만.

나의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 마음을 드론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나의 영혼. 그 영혼의 건강도 소중하다. 다른 사람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너그럽고 따뜻하게, 친절하기. 

그게 시작이다.




이전 13화 인생은 고해지만, 행복은 나의 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