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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해지만, 행복은 나의 의무!

선칠집중수행 2일차

7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명상홀에 고요히 앉아있다. 문경시 가은읍에서도 20여분 떨어진 외진 이 곳. 11월 겨울바람이 매서워지고 오후 5시가 되니 주위에는 온통 적막과 어둠뿐이다.




사실 안반선, 아나빠나사띠라는 호흡 명상법은 매우 간단하다.
들숨, 날숨 쉬면서, 나의 생각, 감정, 몸의 감각 등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깊이 고찰하고, 그러고 나서 그것들을 자연스레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기본적인 것이 힘들다. 정지된 순간 속에, 내 마음속에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온갖 기억들이 다 떠오르고,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와서 당황스럽고.
온갖 생각들, 감정들 아, 이렇구나 보내고 나면, 그냥 모든 게 허망하고 공허한 순간이 닥쳐온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어차피 결국 다 고통이고, 행복은 순간에 불과한데, 뭐 하러 애쓰며 살았나 안쓰럽고.


"수행은 왜 하는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은 무상합니다.
그리고 영원한 행복도 없습니다.
세속의 돈, 명예, 재물, 사랑 같은 욕망을 본능적으로 쫓으려 하지만, 육체적인, 정신적인 안정이 없으면 행복하다 할 수 없습니다.

수행이 안 된다? 안 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망상과 잡념이 일어나면, 그냥 지나가도록 두세요.
호흡하며 명상에 집중하다 보면 공허하고 허무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공허하고 허무한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평온함과 평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아를 본 자는, 나라는 고정관념 없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해탈자가 되는 것입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내 마음이 왜 이런 상태인지, 뇌와 호르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멈출 수 있습니다.


지금 즐기는 자가 내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최악을 만나더라도 말입니다.

지금 여기서 만족하고 행복하세요."

불교식 법회는 조금 낯설다. 주변 사람들 눈치 봐가면서 따라 앉았다 일어섰다 절도 하고. 머리를 바닥에 바짝 대는 절을 하면, 왠지 마음도 매우 겸허해지는 듯하다.

각산스님의 이런저런 말씀도 열심히 받아 적어본다. 끄덕끄덕, 도움이 되는 말씀들이 많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와 같지만, 그냥 고통인 것을 참고 견디며 받아들이며 살라는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라고 말씀해 주셨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더 알고, 그리고 진정 행복해지라고.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진정한 행복까지 얻어 가라고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행복한가, 행복해지려 노력했나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렇다, 행복하려 했다. 그래서 좋은 학교, 직장 들어가고 열심히 돈 벌고, 학위도 따고, 여행도 가고, 자원봉사도 하고. 뭐 열심히 살려고 했다.

아니, 그런데 진짜, 진정으로 행복하려 했나?

깊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니 내 마음 깊은 곳에 행복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보인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한 일이 생기면 꼭 불행이 따라왔다. 원하는 대로 대학입시 합격하고 내가 꿈꿨던 학보사에도 들어갔더니, 동생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 원하는 유학을 가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했다. 하지만 유학생활은 지지리 궁상 적응하기 힘들었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는 정신이 황폐해지는 경험을 했다. 나름 괜찮은 곳에 취업도 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생기면, 재수없는 일들도 생겼다. 아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남들 다 같이 잘못했는데 왜 나만 트집 잡는 거야, 싶을 정도로.

매번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그냥 큰 불행이나 오지 않았으면. 크게 실망하는 일이나 생기지 않았으면. 그랬다, 행복한 일이 생기면 내심 두려웠다. 이번엔 또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하나.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얼른 다른 목표를 세워 나 자신을 독촉하고 몰아세우고. 조금이라도 행복한 마음이 들면, 사실 불안하고 두려워했다.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은가?
응, 그래. 나의 행복 뒤에 또 다른 불행이 세트처럼 따라오다 해도 괜찮아.
돌이켜보니, 이제 웬만한 종류의 불행은 다 겪어본 것 같아. 무슨 일이 생겨도 이미 다 내가 겪어본 어떤 카테고리에 있을 거야. 아니, 이것도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겠다. 무슨 상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하지만, 괜찮아. 이젠 정말 좀 행복해지고 싶어. 내 마음이 편하고 만족스러운 그런 상태가 되고 싶어. 홀가분해지고 싶어.


그래, 내 마음을 먼저 우선에 두자.

나는 지금 마음이 지치고 힘드니, 그냥 위로받자. 잘 지내는 척하지 말자, 굳이 내가 먼저 손 내밀고 용서하지 말자.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그냥 두자. 괜찮아질 때까지 그냥 두자.

오래 깊이 끝까지 생각해 보니, 내 마음 깊은 곳 그냥 다 놓고 쉬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그게 지금 나의 행복이라면, 그게 맞는 거겠지.



"이까짓게 뭔데 왜 안 돼!

그러면 이뤄지게 됩니다.
마음은 허공마저도 삼킵니다.
결국 인생은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안 된다는 마음은 절대 갖지 마세요.
내 마음에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주위에 나를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여러분이 잘못 살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시기질투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욕하는 걸 받아들이는 건 결국 나의 마음의 문제입니다.

남이 주는 고통은,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방하차.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좋지 않은 건 폐기처분하고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고,
좋은 것을 획득하려고 노력하며 수행해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각자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믿어서일까.
자신의 마음을 깊이 알아보고,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에 대해 얘기해 주시는 것들이 좋았다. 그리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 말씀, 부정적인 생각과 말은 절대 금지!

그런 말과 생각이, 나를 부정적인 상황으로 끌고 가게 된다고. 나의 뇌가 그렇게 인지하는 순간, 그렇게 행동하게 된다고.

이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처럼 비판적인 생각이 습관이 된,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사람에겐.


"고통이 다 가오와도, 받지 않으면 그만!

부정적 감정이 닥쳐오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무조건 멈춘다."

이것은 나의 중요한 결심.


그렇게 둘째 날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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