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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랩, 미술명상 체험해보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이어준, 그린랩의 리트릿 프로그램.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핫한 서울숲 성수동에 위치한 힐링센터. 요가명상도 하고, 매주 다른 월빙 리트릿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는 것 같은데, 이번 주말 프로그램은 박제정 선생님이 주관하는 "미술명상". 그림에도 관심 있고, 명상에도 관심 있던 터라 조금은 생소하긴 하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일요일 오후, 20대 젊은 생기가 가득한 성수동 거리를 지나, 골목 끝 건물에 다다랐다.



그림 명상 : 응시와 관찰을 위한 마음 산책
다양한 작가의 작품과 명상을 결합하여, 내면의 평화와 창의성을 탐구하는 시간을 제공하여, 자신의 내면을 조망하고 깊이 있는 명상 경험을 선사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 명상지도자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를 결합한 미술명상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사실, 그림명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림 작품들을 보면서 명상을 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것보다는 자연이나 명상수행에 가까운 작가들을 소개해주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다. 수행을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마음으로 작품 할 동을 한 박서보, 최영욱, 볼프강 라이프, 피터문 등등.


최영욱 작가님의 달항아리는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달항아리 균열을 세밀하게 하나하나 그려가는 수행의 자세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냥 돌가루를 이용해서 오묘한 색감을 살려낸 작품이겠거니 했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작품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달항아리 작품에 오묘하게 그려진 산과 구름의 윤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고 고요해진다.


"여러분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피터문이 작품활동 하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물로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들을 꺼내봅시다.

먼저 각자 나눠준 종이에 먼저 자신의 화두를 나눠진 붓펜을 이용해서 물로 써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색상의 물감을 그 물속에 떨어뜨려보세요. 물감이 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화두를 깊이 관찰해 보세요."


그림을 보며 자기 내면을 성찰한다든지, 호흡명상하며 집중하든지 그런 것을 상상했는데, 내가 생각지 못한 방법의 화두 꺼내기 방법이었다!


투명한 물로, 이 하얀 종이에 나는 무엇을 쓸까. 나의 요즘 화두는 무엇이었지.


그래, 요즘 나는, 내가 정말 내 남은 인생동안 무엇을 정말 하고 싶은지 몰라 헤매고 있었지. 돈이나 명예와 상관없이, 나는 나의 신념,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어떤 신념 하나로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그 신념이 와르르 무너진 이후, 나의 직업관, 인생관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어.

내가 정말 원했던 꿈이 뭐였더라, 무엇을 하고 싶었더라,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거지. 그냥 신념, 이상 이런 것 다 던져버리고 그냥 돈이나 벌면 되는 걸까. 빨리 파이어족이나 되어버릴까. 나는 아직도 나의 답을 완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지.


아, 그리고 요즘 힘들고 어려울 때 정말 나를 진정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이가 한 명만 있더라도 버틸만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나의 수많은 비즈니스 컨택들, 친구들, 선후배들, 물론 고마운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멀어져 버렸어. 내 남은 인생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내게 그런 사랑이 있을까.


무엇보다 나의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지. 이젠 고요한 평화를 넘어서,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와 좋은 사람 얻을 수 있는, 그런 밝은 에너지를 갖고 싶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투명한 물로 글씨를 쓰고, 빨강, 파랑, 초록 물감들을 조금씩 떨어뜨려보기도 했다. 물감이 번지듯, 나의 화두들도 마음에 번진다.

이렇게 무엇인가 끄집어내서, 글씨로, 색깔로,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것은 꽤 도움이 된다. 조금은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화두를 꺼내보는, 나의 내면을 다시 살펴보는 희한한 체험이었다.


가끔, 이렇게 선생님들이 주신 붓펜으로 나의 화두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야무지게 붓펜을 챙겨 왔다.

아, 참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뮤지엄 산, 명상 프로그램도 한 번 찾아가 봐야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진지한 분위기의 명상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전혀 생소한 명상도 시도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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