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명상하면 됩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혼자서는 집중하다 금세 느슨해지곤 했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더 쉽게 몰입이 되곤 하는 것이다.
명상하는 이들의 에너지랄까, 경건한 명상의 분위기랄까.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된다.
"사랑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다 놓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도 다 내려놓으세요."
그런데,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바로 코끼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좋아하고 싫어하는 누군가의 이름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내려놓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나보다.
친구의 소개로 함께한 수요일 저녁 명상.
원불교 소태산기념관 건물 지하, 둥글게 배치된 공간, 사람들과 마주 보며 앉을 수 있는 자리. 의자처럼 발 뻗고 앉을 수도, 바닥에 앉을 수도 있고, 자리배치가 자유로운 곳이었다.
편한 등받이, 무릎쿠션과 무릎담요를 챙겨 앉았다. 외국인 네다섯 분 정도, 그리고 나 같은 한국 사람들도 몇몇.
길 교무님의 지도로 함께 한 쉼 명상 (resting meditation). 다른 특별한 건 아니고, 자신에게 편한 자세, 편한 마음으로 한 명상이었다. 그냥 마음에 일어나는 것들을 놓아버리고, 편한 마음으로.
명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유입니다.
한 가지 마음을 모아 몰입을 하면 비우게 됩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4차원의 에너지,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됩니다.
깊은 잠을 자고 난 이후에 활발히 활동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활동하고 나면 자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텅 비워지게 되면 자유롭게 됩니다.
인정받고 싶어 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면 왜곡이 생기게 되지만, 마음을 비우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지요. 텅 비워지면 "그저 할 뿐" 그런 에너지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정서적 위안과 안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비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서적 위안, 경제적 안정, 삶에 대한 보람.
지금 현재에 다 갖춰지지 않더라도, 미래에는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면, 그래서 충족될 수 있다면, 더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삶에게 진정 중요한 건,
사랑과 일, 수행이 아닐까요.
마음을 다 비우고 나면 그때서야온다는 고요함, 자유, 그리고 살아갈 힘. 나 자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에너지.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을 다 놓아버렸을 때의 편안함, 그리고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들 혹은 새로운 경험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 내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일들을 하면서, 이전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 이전과 다른 내가 되어야겠다는 결심.
그런 마음들이 조금씩 싹트는 것을 보면.
누군가로부터 받는 정서적 위안과 사랑,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명상을 놓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
요즘 나를 살게 하는 것도 이 덕분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다 놓아버려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나 있는 그대로 조금 마음 편안하게 살아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