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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충전기의 피로감 - 에너지 공급자의 고달픈 하루

3부: 지식과 기술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저는 스마트폰 충전기입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저는 아마도 가장 바쁜 가전제품 중 하나일 거예요.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하는 저의 하루를 소개해 드릴게요.


새벽 3시, 저는 콘센트에 꽂혀 있습니다. 주인의 스마트폰이 저에게 연결되어 있죠. 밤새 열심히 일한 덕분에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100%를 가리키고 있어요.


"어휴, 드디어 좀 쉴 수 있겠네."


하지만 제 안도의 한숨도 잠시,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립니다. 주인이 새벽 운동을 위해 일어난 거예요.


"아, 이제 곧 분리되겠구나."


예상대로 주인은 스마트폰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저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이죠.


아침 7시, 주인의 남편이 일어납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와 저에게 연결합니다.


"여보, 내 충전기 어딨어?"

"내 거 써, 난 이제 출근해야 해."


저는 속으로 한숨을 쉽니다. '아, 오늘도 바쁘겠구나.'


남편의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15% 밖에 남지 않았어요. 저는 다시 열심히 일하기 시작합니다. 전기를 스마트폰으로 보내면서 저는 점점 뜨거워집니다.


"힘들어... 하지만 힘내자, 난 할 수 있어!"


8시, 주인이 아침식사를 끝내고 돌아옵니다. 그녀는 남편의 스마트폰을 떼어내고 자신의 것을 다시 연결해요.



"어머, 배터리가 벌써 50%밖에 안 남았네."


주인은 스마트폰을 나에게 맡겨놓고선, 방으로 들어가서책을 읽고 있어요. 저는 또다시 열심히 일합니다. 스마트폰은 알림음을 울리며 끊임없이 진동합니다.


점심시간, 잠시 휴식인가 싶었지만 주인은 이번엔 태블릿을 들고 와 저에게 연결합니다.


"드라마 한 편 보면서 밥 먹어야지."


저는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동시에 충전해야 합니다. 제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해요.


"제발 누가 나 좀 식혀줘..."


오후 3시, 택배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립니다. 주인은 스마트폰을 들고 현관으로 향합니다. 잠시 후 그녀가 돌아와 말합니다.


"어머, 새 보조배터리다! 이거 충전해야겠다."


저는 절망감에 빠집니다. 이제 스마트폰, 태블릿에 보조배터리까지... 제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아요.


저녁 7시, 가족 모두가 집에 모였습니다.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지만, 모두의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어요. 식사가 끝나자 그들은 일제히 저에게 다가옵니다.


"충전기 어디 있어?"

"내가 먼저 썼어!"

"잠깐만 좀 쓰자."


저는 이제 네 개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해야 합니다. 제 몸은 이제 뜨거워서 만질 수조차 없을 정도예요.




제발... 제발 그만...



밤 11시, 주인 가족은 하나둘 잠자리에 듭니다. 하지만 그들의 스마트폰은 여전히 저에게 연결되어 있어요. 배터리 100%를 향한 그들의 강박관념이 저를 더욱 지치게 합니다.


자정이 되어서야 저는 겨우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새벽 3시가 되면 또다시 같은 일상이 반복될 거예요.


저는 충전기입니다. 현대인의 디지털 라이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죠.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저 없이는 이 세상이 멈출 것만 같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냅니다.


"여러분, 가끔은 저에게도, 그리고 여러분의 스마트폰에도 휴식을 주세요. 잠시 기기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날로그적인 삶의 여유를 즐겨보세요. 그러다 보면 여러분도, 저도 조금은 덜 지치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전할 방법이 없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제 목소리를 들려주려면 결국 스마트폰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킵니다. 여러분의 디지털 라이프를 위해,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는 여러분이 저의 이 작은 외침을 알아차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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