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지식과 기술의 목소리
책 이야기를 한 번으로 끝내긴 아쉬운 마음에... 다른 시선으로 써봅니다.
나는 왕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소설책이다. 출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화려하게 빛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정의 책장 한구석에 꽂혀 있다. 내가 여기 온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드디어 나를 읽는 건가?"
주인이 나를 집어 들 때마다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매번 실망으로 바뀌었다. 주인은 나를 꺼내 표지를 넘기다가 다시 책장에 꽂곤 했다. 나의 첫 몇 페이지만 읽고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었다.
"왜 나를 끝까지 읽지 않는 거야?"
나는 속으로 외쳤다. 내 안에는 아직 읽히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주인공의 성장 과정, 예상치 못한 반전, 감동적인 결말까지. 이 모든 것들이 아직 주인에게 전해지지 못한 채 나의 페이지 속에 갇혀 있다.
어느 날, 주인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이 책 읽었어. 정말 좋더라."
나는 깜짝 놀랐다. 주인은 나를 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척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서글퍼졌다. 내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제발 나를 끝까지 읽어줘.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나는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주인에게 닿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주인의 아이가 자라났다. 어느 날, 그 아이가 나를 발견했다.
"엄마, 이 책 재미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주인은 잠시 당황한 듯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음... 사실 엄마도 다 읽지는 못했어. 같이 읽어볼까?"
그 순간 나는 희망을 느꼈다. 드디어 나의 이야기가 온전히 전해질 기회가 온 것이다.
주인과 아이는 함께 나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장 정도였지만, 점차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더 많은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기뻐했다. 웃음 짓는 모습, 놀라는 표정, 감동받는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와, 엄마. 이 책 정말 재미있어요!"
아이의 감탄에 주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진작 읽었어야 했는데..."
주인의 말에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비록 늦었지만, 결국 나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그들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나의 모든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인과 아이는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을 선사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다.
이제 나는 다시 책장에 꽂혔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기분이다. 나는 이제 온전히 읽힌 책이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나의 이야기가 살아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고 읽어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책이다. 나의 가치는 읽힐 때 비로소 완성된다. 비록 모든 책이 항상 끝까지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며,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 곁의 책을 집어 들고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그 속에는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