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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Feb 16. 2019

# 다들 비행기 몇번 쯤은 놓치고 그러잖아요?

세계여행레시피. 브라질 상파울루

예정대로라면 파라티에서 첫차를 타고 2시 반쯤 상파울루에 도착해 파라티에서 만난 일행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서 부에노스로 가는 일행들을 배웅하곤 라운지에 가서 쉬다가 마나우스행 비행기에 탑승만 하기만 하면 되는 완벽한 시나리오 대로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누군지 모를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멋대로 연출과 출연진, 그리고 시나리오까지 다 바꿔버렸다. 



첫차를 타는 것 까진 순조로웠다. 

갑자기 잘 달리던 버스가 멈추기 전까지만 말이지만. 



포르투갈어를 전혀 못하는, 

그렇다고 스페인어도 못하는 낯선 이방인인 나 홀로 

상황을 지레짐작 해볼 뿐 답답함만 더 해져가고 답답함 만큼 그 자리에서 버스가 지체되는 시간도 더해졌다. 


2시반 도착버스라던 버스는 도착시간을 이내 6시로 변경했다. 

그렇게 2시간이 또 흘러서는 7시, 또 다시 8시로 바뀌다 이제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걸 다들 아는지 몇시 도착예정이냐고 묻는 이는 

비행기 스케쥴을 가지고 있는 '나' 밖에 없었다. 



브라질의 그 넓고 넓은 땅덩어리에 고작 도로는 이것 하나 뿐이라,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 길도 없을 뿐더러 이미 차가 많이 정체된 상태라 되돌아갈 길 조차 없는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버렸다. 



'하아... 지긋지긋해' 

짜증섞인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감정을 억눌렀다. 




그래도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던 남미에서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건 

'존' 덕분이었다. 

 포르투갈어를 모르는 나에게 영어로 통역을 도맡아 주고, 가지고 있는 돈도 몇 푼 없어 물 한병조차 사먹지 못하는 나에게 물이며 간식까지 내어주었다. 

그는 일행들이 기다릴까 전전긍긍하는 나에게 하지도 않는 인스타그램까지 설치해서 메세지를 보낼 수 있게 도와줬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버스 안에서 때로는 밖에서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내며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일기를 써내려가며 악울을 씻어보낼 행운을 그려내본다. 






'존'은 그가 보기엔 이해못할 문자들을 써내려가다, 앞의 아기를 보고 방긋 웃기도 했다가 

비행기 시간이 다가옴에 금방이라도 또 울것 같은 표정을 짓던 나를 그저 어린 아이 보듯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어느덧 마음을 놓았을 즈음, 어린 아이의 눈에서 즐거움을 찾은 내가 있었다. 








늘, 사고가 터지면 심각한 남들 사이로 대수롭지 않게 말을 던지던 친구가 했던 말이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비행시간을 한참 넘긴, 밤 11시반이 되어서야 나는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찾아놓은 현금이 얼마 없었던 나에게 존이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곤 내 손에 50헤알을 꼭 쥐어줬다.


50헤알은, 한국에서 2만원정도 되는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었고 

여행객에겐 하루 생활비가 될 수도 있는 액수였다. 



"로하, 이 곳은 정말 위험해. 그러니 꼭 택시 타고 가. 이건 내 선물이야" 


낯설기만 한 이곳에서의 친절이 너무 고맙고, 그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왈칵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이내 웃으며, 택시비 정도는 있다며 돌려주려는 나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몇번이나 하고는 

끝내 내 손에 쥐어주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골라잡은 택시에게, 

지폐 바꿔치기 사기를 당해 그가 준 돈과 내 돈까지 몽땅 털린건 

그에겐 비밀이지만. 



그의 마음을 이렇게 망쳐버린것만 같아서, 

내가 이렇게도 한심한 인간이었나 하는 자괴감에 텅빈 공항에 홀로 앉아서는 

나는 또 한참을 울었다. 


'망할 대머리 택시기사..' 



낯선 이 도시에서 갈 수 있는 곳이라곤 고작 공항뿐이었던 이방인은 

이제 익숙하기라도 한듯 공항 한켠에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예약했던 항공사의 문이 열리자마자, 놓친 비행기에 대해 물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새로 끊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것도 12만원에 끊었던 티켓을, 7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70만원...? 그 금액이면 한국에 갈 수 있을 정돈데..?" 

기가 막혀 반문하는 내게 어쩔 수 없는 듯 씁쓸한 웃음을 내보이는 승무원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저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이로 부터, 6일 정도 상파울루에 체류해야만 마나우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무법자 천지인 상파울루엔 잠시라도 있고 싶지 않았다. 



넋이 나가 핸드폰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던 나는 느닷 없이 브라질 내의 도시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였기에 두려웠던 브라질 근교 도시들에 대한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마나우스를 포기하기엔 아마존에 대한 궁금증을 떨춰 버릴 수가 없었기에 

다른 곳을 돌고 돌면서 올라가면서 마나우스로 향하는게 나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첫번째 행선지가 정해지고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두려움보단 설렘이었다. 


공항에서 바로 티켓을 끊어서 즉석으로 가고 싶은 곳을 가보는게 

로망이기도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나마 생각했던 이상을 이루는 것에 대한 생각들로 다가오는 떨림들이 멈추지 않았다. 


당장 도착해서 묵을 숙소조차도, 도심이 어디인지도, 그 곳이 뭐하는 곳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가서 생각하자는 생각으로 

그 곳에 대한 마을 사진 한장을 보고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은 브라질 여행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번째 프르투데갸리냐스(닭의 항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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