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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Feb 11. 2019

# 여행자의 연애는 막상 그렇게 아름답진 않더라.

세계여행레시피. 남미

"언니, 여행가서 전세계 남자들 다 만나고 와요!" 

"잘되면 우리한테도 꼭 소개시켜주기. 알져?" 



나의 여행에 대한 관심보다, 

내가 여행에 나가서 만날 남자에 대한 관심이 컸던 동생들의 농도 짙은 농담이 우스갯 소리에 섞여들어 떠들어대던 대화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여행지에 가서 만나게 될 인연에 대해, 

어쩌면 영화같은 혹은 드라마같은 일들이 펼쳐지진 않을까 

내심 기대한적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니. 솔직히 없었다곤 못하겠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운명적인 만남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촬영장소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나홀로 다큐를 찍는것엔 변함이 없었단 소리다. 



나의 여행은 어쩌면 짧고, 그리고 어쩌면 길었다. 

그리고 내 연애는 어쩌면 짧고, 어쩌면 길었을지 모르는 시간들을 거쳤고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 누군가는 한국으로 떠나고, 

서로의 빈자리에 익숙해짐에 혹은 필요에 의해 헤어짐을 겪고 

이 빌어먹을 짓을 반복했다. 




만났던 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려니 막상 생각나는게 별로 없었다. 

지지리 단순한 나는, 헤어짐과 동시에 모든 기억을 포맷하는 출중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으나 

다만, 완벽하진 않았기에 뇌리에 강력히 백업되어있는 기억 몇개는 

도통 지워내질 못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는 그를 만났어요. 

우린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죠. 


여행을 다니는 동안 둘이 함께라는게 너무 행복했어요. 

무서웠던 곳들도 그가 있었기에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죠. 

마치 여행지에 둘이 여행온 것 처럼, 항상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여행을 할 수 있음에 행복했어요' 



---- Error '에러발생' 



내가 꿈꿨던 여행지에서의 연애는 저랬나?

저랬던걸 꿈꿨나 싶어 문득 써내려가면서도 손이 자꾸 말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현실에서의 연애는,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연애는 

한국에서와 별반 다를바 없는 아니 어쩌면 한국보다도 심각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는 그를 만났어요. 

첫 눈에 호감가는 사람은 아니었죠. 

너무나도 짧았던 빠박이 머리에, 큰 얼굴에 커다란 몸집이 마치 영화배우같긴 했었죠. 

장르가 누와르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홀렸던 거라고 후에 엄청을 놀림받았죠. 

딱 한화 200만원 정도를 탈탈 털리고는,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느낄때였거든요.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여행일정이 같았기에 생각보다도 훨씬 더 오랜시간 여행을 함께 했었어요. 

그리고 오랜시간 싸우기도 엄청 싸웠구요. 


여행지에서의 연애는 어쩌면 당신이 꿈꾸는 것과 많이 다를지도 몰라요. 


우리의 성격이 서로 모나서 싸우게 된 것만은 아니듯, 

서로의 입장과 서로의 상황 그리고 서로의 생각이 달랐기에 

그리고 주변 환경조차, 위험한 상황이라면 

별거 아닌 일에 서로 예민하고 그 싸움을 거기서 끝내지 않고 누군가는 질질 끌고 가고 

그렇게 싸움이 길어지고 누군가는 이내 설움이 복받치고 그러다 이해하고 화해하고 

잠시나마 또 행복하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그런 연애가 될 수도 있어요.


한국에서도 이것과 별반 다를바 없을지 모르겠지만, 

낯설고 위험한 도시에서의 여행자였던 나와 그의 연애는 

주변환경에서 만들어내는 서로의 생각차이가 늘 다툼의 시발점이 되곤 했었어요.


위험한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는 입장과 

그렇게 하려고 한게 아닌데, 왜 오해해서는 화를 내냐고 또 화를 내는 입장 

남들이 볼 때는, 그렇게 안볼거라며 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입장 

그리고 반복되는 상황들. 



이 연애의 끝은 어땠을까요? 

들으나 마나한 뻔하디 뻔한 뭐 그런얘기에요. 


그래도,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음은 분명해요. 

하루를 싸워도, 또 다른 이틀, 삼일이 행복했고 그가 떠나는 날까지 아쉬움이 컸었으니까요.  



함께해줘서 참 고마운 사람이었어요. '





조금은 아름답게 포장했을지도 모르는 나의 연애는 그랬었다. 

누군가 바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를지라도 

그 곳에서만, 그 곳이기에 시작되는 인연은 그간의 연애와 다른 성향을 띄기도 했다. 


그 안에서 몰랐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음에, 

이 또한 여행의 일부라 기억하되 미워하기보다는 추억이라 내 마음을 여밀 수 있게 

그렇게 또 한걸음 성장할 수 있게 



한편의 다큐같았던 연애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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