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tMe Feb 23. 2019

# 서러움의 끝을 잡고

세계여행레시피. 브라질 포즈두이과수,오우로프레토

남미를 여행하는 내내 떨어진적이 없었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 그가 있었다. 


한국으로 그가 떠나던 날까지도, 그리고 그 전날까지도 한참이나 쏟아내 더 이상 쏟아질게 있을까 싶었던 눈물은 마르지 않고 또 다시 샘솟아났다. 


"나도 한국갈까??.." 

잔뜩 풀이 죽어서는 한참 훌어 시큰해진 코를 훌쩍이며 가는 이의 맘까진 헤아리지 못하고 칭얼거렸다. 


이과수에 갈 기분 아니라는 핑계는 하루 이틀까지였고, 

가기 싫은 기분을 억지로 한껏 치켜 세우고는 억지로라도 다녀와야 했다. 


"하아..이런 기분에 관광이라니.."

기분 대로 해도 좋지만, 그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 이유 하나만으로 

기분은 잠시 무시해둔채 그저 볼멘 소리만 들어주는 이도 하나 없이 중얼 거릴 뿐이었다. 



생각보다는 좋았던 이과수지만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반전 아닌 반전이랄까. 

어른스럽지 못한 아직 철부지 어린아이 처럼,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충분히 이 상황들을 그에개 빗대어 설명해 내려 갔다. 


매일 같이 하던 일상을 나 혼자 해야 하는 지독하게 외로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그가 공감해주길 바랬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해 못하는 그가 답답하고 서운하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지쳐갔다.



연애라는게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왜 싸웠는지 조차도 기억안나는 문제들을 가지고 얼마나 서로 다투고, 상처받기를 반복하는지.



늘 남의 연애는 쉽고, 내 연애는 어렵다. 










브라질의 이과수에서 다른지역으로 넘어가던 날.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탔던 작은 버스는 가야 할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고, 

'이쪽으로 가다 다시 턴해서 가려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급하게 버스에서 내린 곳은 그저 조용한 외곽의 도로 한 복판이었다. 


우선은 덤덤한 척, 내린 곳의 반대편으로 가 지나가는 버스를 한대 붙잡아 세우고는 다짜고짜 지도를 내밀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버스 티켓을 끊어주던 남자는 타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나를 태운 뒤, 얼마 가지 않아 조금 더 낯선 곳에 

여기서 내리면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영문도 모르는채로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지도를 들여다보지만 

아직도 내가 가려던 곳을 가려면 한참은 더 가야 하는 상황에 그제서야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움을 요청할만한 사람조차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연, 택시 한대조차 지나가지 않는 상황에 눈앞이 캄캄했다. 



"1,2만원짜리도 아니고..10만원짜리 버스티켓인데.."

혼자 나의 멍청함을 자책이라도 하듯 중얼거리며 티켓만은 버릴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버스 출발까지 20분쯤 남았을까? 

영어 한마디 안통하는 이 곳에서 내 말을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될대로 되라지. 

마침 정차해 있는 차에 뛰어들어 차근차근 내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어..나는 버스를 타러 가야 되는데..어..근데.. 여기 택시가 없어.."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오기 시작했다. 


"택시좀 불러..줄..수 있니?.." 

터졌다. 



말을 하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만큼, 참았던 설움이 터져버린 만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한참을 훌쩍거렸다. 




느닷없이 배낭을 들쳐멘 아시아 여자아이가 자기 차로 달려들어 

오열하는 상황을 겪어 본 사람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처음에 한껏 당황했던 아저씨는 내 핸드폰을 받아들고 터미널 위치를 보더니, 

대뜸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한번 취하고는 자신이 데려다 준다고 선뜻 손을 내밀어 주셨다. 




어쩌면 위험했을지도 모르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GPS의 현재 위치가 터미널과 점점 가까워질 수록 쏟아내던 눈물도 그치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 못하던 아저씨와, 포르투갈어를 전혀 못했던 나는 아무런 대화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저 영어로, 스페인어로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표했다. 

그 와중에 훌쩍 거리며, 포르투갈어로 고맙다는 인사가 뭐냐고 물은 뒤 

계속 "오브리가다, 오브리가다" 하고 코훌쩍 거리며 인사하는 내가 그저 웃긴듯 

아저씨는 한참이나 나를 보고 웃으셨다.




주섬주섬 택시비로 쓰려고 빼놨던 돈을 주려하자 깜짝 놀라면서 여행하는데 보태서 쓰라는 말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몰려들었다. 늦기 전에 타라는 아저씨의 말에 화들짝 놀라 고맙다는 인사를 크게 남기곤 뒤돌아서선 미친듯이 뛰었다. 



출발 3분도 채 안남은 버스를 타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댄 턱에 머리는 땀에 쩔어 산발이 되고, 한참을 쏟아낸 탓에 눈은 팅팅 부어 

누가 봐도 멀쩡한 몰골이 아니었던 나를 보고 근처에 있던 버스기사들이 나에게로 몰려서는 

버스 아직 안갔으니 숨은 좀 쉬라며 농담을 던졌다. 


긴장이 풀리니 농담을 받아줄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

 

그렇게 올라탄 버스에선, 쉬지 않고 틀어대는 에어컨 탓에 없던 감기마저 생길 노릇이었고 

이런 버스가 익숙하기라도 한듯 현지인들은 저마다 이불을 가져와서 덮고 있었다. 

이럴거면 에어컨을 끄지. 절대 꺼주질 않는 에어컨 덕에 컨디션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꼬박 달려서 도착한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숙소는 굳건히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4시간쯤 지났을까.



후에 알고보니 술마시러 나갔던 그녀...

예약을 깜빡했단 미안하다는 말에 괜찮다고 할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겹치고 겹치는 일에 그저 서럽기만 해 입술을 잘근 깨물었지만, 

또 다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 눌러내지 못했다. 

리고 기댈 곳은 하나였기에, 전화를 걸었다. 

이 일에 대해 공유함으로서 털어내고 싶었던, 아니 그저 위로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기억은 잘 안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나는건 그랬다. 



"내 말 듣고 있어..???" 



나의 입장이란게 있고, 상대방의 입장이라는게 있다는 것쯤은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거니까 그래 다 아는데

근데 자꾸 내 입장을 이해해주길 바라는게 너무 응석이었을까? 



안그래도 힘들었던 일상에, 지치고 있는 여행에, 그리고 더해지는 외로움에 

너까지 더 할 필요는 없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리는 또 한참을 서로의 입장에서 싸워댔다. 




그리고 그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나는, 

여행 중 이별도 겪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이어트를 얻었던건 득이었을까 실이었을까를 

지금에서야 웃으며 따져보는 내가 있다. 




사무치게 아프고, 서러웠지만 그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나는 여전했다. 

앞으로도 그럴거고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나를,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늘 이렇게 말한다. 





"여행 중 연애?? 정신차려" 




매거진의 이전글 # 여행이 일상이 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