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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평 May 11. 2016

침묵의 시선 / The Look of Silence

사람들은 굳이 왜 그런걸 캐묻냐고 물었다

메인이미지 : 영화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5>



조슈아 오펜하이머

Joshua Oppenheimer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텍사스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워싱턴 D.C와 뉴멕시코에서 성장했다. 

그의 첫 영화 <The Entire History of the Louisiana Purchase(1997)>는 1998년 시카코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Gold Hugo을 받았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그는 인도네이사에서 시리즈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1965-66년 인도네시아 학살 사건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영화 <Act of Killing(2012)>이라는 장편영화로 대뷔하였다. 이 영화는 2012년 Telluride Film Festival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상은 시작일 뿐이었고, 세계적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 상연되었고 많은 상을 받았다. 


오펜하이머의 다음 작품은 <The Look of Silence(2014)>는 <Act of Killing>과 형제와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 또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으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2015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오펜하이머 서구는 인도네시아 학살의 책임을 상당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는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특별한 라디오 시스템을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군부는 바스트 군도에 학살을 위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었죠. 밥 마르틴이라 불리는 사내는 자카르타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정부에 반대할지 모르는 천 명이 넘는 인사들의 목록을 정리하여 인도네시아 정부로 넘겨줬습니다."


2014년 미국 정부 산하 입법부에서  <The Act of Killing> 상영 이후, 오펜하이머는 미 정부가 그 학살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음을 인정하도록 요청하였다.



<The Act of Killing>

학살,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이 사는 방법

<침묵의 시선>은 학살 피해자인 아디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Q.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은 유사한 주제를 다루지만 분위기 면에서 크게 다르다. <액트 오브 킬링>이 요란하다면 <침묵의 시선>은 고요하다.

A.<액트 오브 킬링>은 가해자가 승자일 때 어떤 결과가 주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액트 오브 킬링>은 탈피주의, 죄책감, 윤리의 부재 등을 보여주고 있다. <액트 오브 킬링>은 과장된 것에서 끔찍한 것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다. <침묵의 시선>의 경우, 가해자가 아직까지 정권을 쥔 상태일 때 그 공포 속에서 침묵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감당할 수도, 치료할 수도, 애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한 것이다. 침묵에 관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관한 정적이고 압축적인 영화다. 하지만 겉으로 침묵하는 것처럼 보일 뿐 밑으로 들어가면 내뱉지 못하고 들끓고 있는 많은 것들이 또 있다. 두 작품은 서로를 보완한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씨네 21과의 인터뷰 중.


앞서 이야기 했듯이 <침묵의 시선:The Look of Silence(2014)>는 <액트 오브 킬링:The Act of Killing(2012)>과 형제같은 영화이다. 두 작품 모두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작인 <액트 오브 킬링>은 학살자로 하여금 자신의 행위를 연극으로 되풀이 함으로써, 학살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후속작인 <침묵의 시선>은 피해자들의 삶을 바라본다.


두 작품 모두 다큐멘터리를 이끌어가는 주된 형식은 바로 "대화"에 있다.

질문은 다르지 않다. "그곳에서 어떤일이 벌어졌는가?"


가해자는 자랑스럽게 그곳에서의 무용담을 이야기하고,

피해자는 왜 굳이 그런 것을 질문하냐고 이야기한다.


1965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군부에 의해 전복됐고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자들
조합원, 소작농, 지식인 모두가 공산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1년만에 공산당 백만 명이 살해되었던 그 학살의 주체는 여전히 나라의 세력을 장학하고 있다.

Intro 중.


가해자는 영광의 기억으로, 피해자에겐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그 날의 사건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찾는다.



단순하고 자극적인 프로파간다

아디는 많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그날의 기억을 묻는다

아디는 조슈아가 <액트 오브 킬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 찍었던 인터뷰 영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을 보고 난 이후 그는 이야기한다.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일 겁니다.

-아디. 가해자의 인터뷰 영상을 본 후.


그후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찾아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전작인 <액트 오브 킬링>을 본 이후였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있었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피해자들과 같은 마을에서 얼굴을 마주치며, 인사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피해자들은 아디에게 이야기한다. 

"굳이 왜 이야기를 꺼내서 상처를 더 벌리려 하느냐. 이미 끝난일이다."


학교에서는 공산당이 얼마나 잔혹한 사람들이며, 신을 믿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인지를 가르친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공산당이라고 이름 붙혀진, 정부에 대항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가르치지 않는다. 교사도, 교수도 모두 군부가 인도네시아 정부를 장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학살이 왜 일어났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공산당 애들은 신도 안믿고, 인육을 먹는다더군."

단순한 프로파간다propaganda였지만, 그것은 빠르고 넓게 퍼져나갔다.


모두가 공산당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 신전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학살 이후 신전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화해해야 한다

그 모든 과거에서

그는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학살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길 바랬다
Q.당신이 인터뷰어로 나서는 대신 아디를 인터뷰어로 기용했다.

A.나는 아디를 인터뷰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한 피해자의 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물어보고 싶은 걸 묻고 그가 힘든 만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내 생각에 인터뷰란 목적을 갖고 상대방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 되겠지만 아디는 그들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순수한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씨네 21과의 인터뷰 중.


오펜하이머는 피해자의 가족인 아디가 가해자를 직접만나는 것은 위험하다며 만류하였으나, 아디는 자신이 직접 찍은 장면과 함께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화해해야 한다."며 감독을 설득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영화를 보며 아디에게 사과하는 가족은 단 한 가족 밖에 없다.


대부분의 가해자 가족 또는 그들과 관계있는 가족들은 그 행위가 학살과 관련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몰랐으니 책임이 없다고 한다. 처음 알았다며... 자신이 직접 저지른 학살은 아니니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전혀 몰랐지만, 당신의 가족이 당한 억울한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 한 마디가 어려웠을까?


영화를 보면서, 인도네시아는 질문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누가 시킨거야?

왜 끌고가는거야?

왜 죽였데?

왜 죽여야한데?


질문보다

그런걸 왜 물어보는거야?

지나간 일을 왜 들추는거야?

복수하고 싶은 거야?


피해자와 가해자가 질문하기보다, 변명하기 바빴다.

아무도 질문할 수 없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침묵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침묵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 자신까지 질문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Epilogue


그 중에 한 정치인은 '정치적 이상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미 몇 십년을 당선되어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화해한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당선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액트 오브 킬링>에서 묘사된 인도네시아 선거철은 검은돈이 오가고, 부정선거가 판치고, 유권자들에게 많은 선물을 돌린 사람이 뽑힌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다. 공략보다 자신에게 더 큰 선물을 들고온 후보를 뽑아준다. 그리고 그것이 1965년 학살이후 기득권을 차지한 이들이 정권을 유지해온 비결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우민화 전략, 기득권의 역사 왜곡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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