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발리 여행의 매력
발리에 와서 놀란 것들이 많다.
뭐랄까, 다른 동남아 여행지와는 다른 '특색'이 있었달까?
발리는 굉장히 ‘개성 있는 섬’인 것 같다. 자연과 함께인데 편리하고, 그러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가진.
다양한 매력들 속에 나에게 특히 좋았던 것들을 생각해 보면 신, 동물, 그리고 쇼핑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었다.
덴파사르 공항 착륙 전, 깜깜해진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주변은 온통 어둡고 약간의 가로등 빛만 반짝이고 있는데 그 사이에 갑자기 거대한 석상(?) 조형물(?) 같은 게 우뚝 서있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나오는 길에 비슷해 보이는 큰 조형물이 있는 걸 보고, 내가 비행기에서 봤던 게 저거냐고 택시 기사님께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근처에 엄청 큰 석상이 있는데 비행기에서 본 건 아마 그거일 거라고 해줬다.
종교적 의미와 상징을 지닌 동상과 사원들이 발리에는 엄청 많다고. 그러면서 덧붙인 말,
“You know, people say bali is Island of God”
발리는 정말 그랬다. 발리 사람들의 신에 대한 사랑은 일부러 느끼지 않으려 해도 알 수밖에 없었다.
발리에는 가정집이나 호텔의 마당 안에도 작은 사원 같은 공간이 있다.
발리에 도착한 다음날, 오전에 테라스에 나와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밑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머리도 곱게 빗은 여성분이 작은 호텔 마당의 안쪽 공간에 마련된 제단 위의 곳곳에 차낭사리를 여러 개 올려두고 있었다. 유심히 관찰하니 그냥 두는 게 아니라, 하나씩 둘 때마다 붓 같이 생긴 도구로 물을 뿌리고 기도를 외고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정성과 진중함이 느껴지는 몸짓은 뭔가 은밀한 의식처럼 느껴져서 그걸 위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절대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기운이랄까?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와보니 사원이나 작은 돌 제단뿐만 아니라, 바닥과 계단, 길거리 곳곳에 차낭사리가 있었다. 가게 앞에도 부지런히 치낭사리를 두고, 향을 피우며 잠깐의 기도를 외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땐 다들 차르라도 두르고 있었다. (남자가 그걸 하는 건 보지 못했다. 아마 여성들만 하는 걸까…?)
이들에겐 그저 식사를 챙겨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지만 외부인인 나에겐 굉장히 생경하고 신비로운 장면들이었다.
‘신’을 섬기는 섬 발리에서의 모든 경험은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좋았던 것 차낭사리와 함께 피우는 향내. 길에서 나는 악취 대신 코끝에 닿는 부드러운 꽃향기의 인센스 향은 문득문득 기분을 좋게 했다.
그렇게 신을 믿는 밝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길에서 차려입고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길에서 향내를 맡고 돌아보는 것도, 발리에서도 신성한 곳이라는 우붓에서 요가를 하며 매번 좋은 기운을 듬뿍 받는 것도. 모든 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한 번은 야외로 탁 트인 요가 샬라에서 수업을 기다리던 중, 갓 향을 피워 풀밭 위에 차낭사리를 두고 가자 어느새 1-2마리의 새가 거기로 와서, 신들에게 바친 비스킷을 쪼아 먹는 걸 발견했다. 이게 이 섬사람들의 공생방식이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연히 현지인들의 아침장을 가보니, 차낭사리를 잔뜩 모아두고 팔고 있었다. 혹은 잔뜩 차낭사리를 이고 다니며 집집마다 배달해 주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인들 대상으로 차낭사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도 있고, 하루 3번 피우는 향 때문에 마트에도 인센스 스틱을 엄청 대용량으로 판다. 이쯤 되면 그들에겐 정말 밥 먹는 것과 똑같은 일상이자, 경제 창출 효과까지 있는 것 같다.
자연을 정말 좋아한다. 푸릇한 나무들은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동남아를 좋아했던 것 같다. 정제되지 않고 미칠 듯이 우거진 날 것의 초록이 좋았다.
우붓을 오니 열대우림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그 녹음 안에 귀여운 동물들이 많이 함께했다.
매일 아침이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새들이 다채로운 노래를 불러줬다. 얼마나 다양한 높낮이로 목청을 뽐내는지.. 잠은 좀 설칠 때도 있었지만 아침마다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일어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숙소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나뭇가지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작은 동물이 있었다.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날렵하게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다니는 모습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봤다. 다람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붓의 원숭이들은 어떻고. 원숭이 숲에 갔을 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놀랐다. 유유자적하게 먹이를 먹고 낮잠을 자고, 물놀이를 하는 평화로운 원숭이들을 보며 부러울 정도였다.
발리 길거리엔 떠돌이 개들도 많은데, 이 개들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아침마다 자기들끼리 길거리에서 회동을 하기도 하는 모습도, 바닷가에서 관광객을 주인인 것 마냥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귀엽고 재밌었다.
곳곳에 평화롭게 낮잠 자는 고양이들도 있다. 어느 날 식당에서 옆 의자에서 세상 편안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렇게 발리는 사람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힐링이 된다.(다만 벌레 싫어하는 분들에겐 최악일 수도. 개미도 공생한다ㅎ)
신성하고 자연에 파묻힌 이 섬이 이렇게 쇼핑하게 좋은 곳일 줄은 몰랐다. 워낙 오래되고 번화한 관광지라 그런지 골목마다 예쁜 샵들이 엄청 많았다.
여행 중에 기념품이나 자잘한 쇼핑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 발리에서는 자꾸만 뭘 사게 됐다. 특히 주얼리를 엄청 좋아하는 나는 눈이 돌아가서 모든 샵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리느라 꽤나 피곤했다.
옷은 어떻고. 발리 풍의 알록달록한 시장표 바지와 원피스뿐만 아니라, 리넨 느낌의 하늘하늘하고 햇빛을 막아주는 심플하고 모던한 옷들도 많았다. 게다가 요가인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의 요가복 샵들도 엄청나게 많다. 꽤나 화려한 바지를 2개 사 왔는데 더워진 요즘 날씨에 아주 잘 입고 다니는 중.
인도솔, 본더치, 티켓투더문 등 발리나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둔 로컬 브랜드는 물론이고 이름 없는 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던 발리 쇼핑 여행.
엄청 유명하긴 하지만, 싼 쪼리도 많은데 굳이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처음엔 들었었다.
그런데 발이 너무 아파서 시착 후 속는 셈 치고 사봤는데 웬걸? 정말 편하고, 신을수록 바닥이 내 발모양에 맞춰지면서 더 편해졌다. 우선 폐타이어로 만들었다는 두툼한 조리 바닥이 너무 편하고, 발가락에 닿는 부분도 아프지 않았다. 더위에 운동화를 신을 수가 없어 여행 내내 이것만 신고 많이 걸어 다녔는데도 발이 편했다.
나는 끈이 천으로 된 게 확실히 편해서 이걸 샀는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신어보고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발리 가면 또 사 오고 싶은 신발.
• 주얼리
재료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던 우붓의 주얼리 샵들. 가격 보고 놀라서 나온 곳도 엄청 많다. 그중 저렴하게 기분내기 좋았던 주얼리 샵 체인 island to island. 우붓에 몇 개의 지점이 있는 것 같은데 퀄리티가 막 좋진 않지만 변색 없이 잘하고 다녔다.
아래의 브랜드는 젬스톤을 사용한 실버&골드 fine 주얼리를 만드는 곳인데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지나가다가 이 팔찌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 차 봤는데.. 해보니 정말 더 예쁘고, 포인트 되고, 잘 어울렸지만 꽤나 고가의 가격에 백수라 사지 않았다ㅎㅎ.. 나중에라도 구매할까 고민 중
https://www.bitsofbali.com/products/ibu-five-stone-green-onyx-bracelet
가죽 액세서리 샵.
가죽을 활용한 소품, 지갑, 가방 등의 아이템이 많다. 나는 귀여운 패턴의 천가방을 사서 여행 내내 잘 들고 다녔다. 패턴이 들어간 선물용 파우치도 구매!
개인적으로 과자 초콜릿 이런 거 말고 적당한 가격의 기념품을 찾는다면 제일 좋은 것 같다. 부피가 제일 문제긴 하지만.. 작은 병을 사면 포장도 귀여워서 선물용으로 너무 좋다. 일반 잼보다 덜 꾸덕한 질감으로, 묽어서 그릭 요거트에 꿀 대신 뿌려먹으면 정말 정말 맛있다..! 적당히 달달하고 과육 씹히는 것도 너무 좋음.. 시식해 보고 망고스틴, 드래곤 프루트, 트로피컬 픽스 이런 열대 과일 종류로 여러 개 샀는데 다 맛있었다. 캐리어 부피 때문에 큰 사이즈로 못 사온 게 아쉬운 아이템.
여행 중 자석보다 엽서를 기념품으로 많이 사모으는 편이다.
발리에서는 딱히 살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이 서점에서 엄청나게 샀다. 그냥 일반 사진이 들어간 여행 엽서는 물론, 아티스트의 그림이 들어가거나, 수공예로 만들어진 엽서들이 엄청 다양하게 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플렉스를 해버렸다. 엽서나 카드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다 좋아할 곳이다!
우붓 아트마켓부터 길거리에 온갖 기념품 샵들을 많이 둘러봤었는데 여기가 제일 합리적인 가격에, 정찰제일 뿐 아니라 길에서 봤던 건 거의 다 있다. 우붓보다 훨씬 훨씬 크고 기념품도 많다.
난 여기를 여행 완전 막바지에 와서, 이미 바가지 가격에 인센스스틱을 꽂는 거치대를 샀었지만.. 저렴하고 사고 싶었던 모양에 또 샀다. 자잘한 기념품이나 선물은 다 이곳에서 사길 강력 추천합니다.
사실 요즘 발리에서도 중국 자본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난개발이 많이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한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만 그래도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변화하면 좋겠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발리의 유니크한 매력을 나중에 다시 돌아가도 언제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 지금의 매력을 품고 언제라도 그곳에 있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