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득하다고 해가 뜨지 않은 것은 아니다.
1년 전, 나트랑의 리조트에서 일출 요가 클래스를 들었다.
그때 수업이 끝날 무렵 요가 선생님이 해준 말이 있다. 그 순간의 울림 뒤로 늘 간직하고 있는 문장이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해가 보이지 않네요.
구름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해가 뜨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해는 항상 떠요. 단지 구름이 가릴 뿐이죠.
'구름이 가득하다고 해가 뜨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문장이 나에게 크게 울림을 줬던 이유는
나는 흐린 날이면 해가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마음이 흐린 날이면 내 온 세상이 평생 구름으로만 뒤덮일 것 같았다.
그 감정이 영원할 거라 믿고, 나도 모르게 내 삶 전체를 우울 속에 가둬버리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사실 별일 아닌 경우가 많았다.
가령 문득 ‘요즘 너무 게으르다’, ‘뭘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그 기분만 믿으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기록을 되짚어보면 고작 이틀, 사흘 정도 흐트러졌던 것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기특하게 해낸 일이 있었고, 불과 며칠 전엔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었던 흔적들이 보였다.
‘기분’이라는 렌즈를 벗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그게 바로 내 안의 삐뚤어진 부정편향을 바로잡는 시작이었다.
그래서 요가와 명상이 좋았다.
그 둘은 늘 나에게 ‘관찰자 시점’을 연습시켰다.
내가 관찰자가 되지 못할 땐 자의식이 온통 나를 휘감는다.
조금 슬프면 더 슬픈 이유를 찾고, 더 외로운 사람처럼 행동하고, 감정이 감정을 키운다.
그럴수록 나는 더더욱 외로운 사람이 되어갔고, 결국엔 깊은 우울에 빠져들었다.
마치 우울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슬픔이 와도, 쓸쓸함이 찾아와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려 한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그저 그렇게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물러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감정이 잦아들면 글로 써본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다시 맑아진다. 정말로.
혼자 여행을 좋아하지만 길어질수록 지치는 날도 있다.
이번 발리 여행처럼 2주나 되는 긴 여행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발리에서 혼자 지내던 어느 밤, 갑자기 쓸쓸함이 올라왔다. 예전 같았으면 괜히 그 감정에 오래 머물렀을 텐데, 이번엔 금방 지나갔다.
예전의 나와 비교해 보면 꽤 달라진 모습이다. 그전에는 외로움이 찾아오면 그게 내 전부인 것처럼 느꼈는데, 지금은 그건 잠깐 머물다 가는 기분이라는 걸 안다.
감정도 기분도 정말 날씨와 닮았다.
갑자기 흐려졌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아진다. 지나가는 구름처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떨 땐 쨍쨍한 날들이 지속되지만, 내내 흐려서 기운이 빠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잊지 말자.
“해는 항상 떠 있다. 단지, 지금은 구름이 가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