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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 Jul 26. 2021

[애니] 나만이 없는 거리

타인에 대한 깊은 시선이 불러온 기적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꽤나 설득력 있게 조합한 수작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매력을 바탕에 깔아둔 채, 어린 시절의 풋풋하고 담백한 우정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가정 폭력이라는 무거운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교차시켜 관객을 위한 작은 털장갑 하나를 짜낸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장갑을 끼고 꼭대기에 올라 서서 '나만이 없는 거리'를 내려다 보며 조용히 미소 짓게 되는 것이다.



불과 2화 만에 진범을 간파할 수 있었다. 오 역시 나는 추리 천재인가 싶어 으쓱했지만, 곧 몇 년 전에 이미 원작 만화를 봤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혼자 머쓱해졌다.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마치 이 작품의 주인공 사토루처럼 말이야. 때론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너무 쉽게 기억의 창고 한 구석으로 내팽개쳐지기도 한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결말부가 원작과 다소 다른데 흐름상 큰 차이는 없다. 애니 버전이 조금 더 깔끔한 느낌. 다만 한편으로는 급하게 끝내버린 느낌이 있다. 특히 진범의 마음에 공감하기가 좀 더 어려워졌다. 애초에 공감이 되면 이상한 거 같기도 하지만, 연쇄 유괴 살인범의 입으로 담담히 풀어내는 범죄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갖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거든.



아름답고 따뜻한 SF 추리물이다. 보기 드문 타입이지. 





'나만이 없는 거리'의 의미가 재표지화되는 순간이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다. 어떤 장면인지는 직접 한번 찾아보시길. 타인에 대한 깊은 시선이 불러일으킨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관조하고 있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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