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대치라이프가 시작된 이야기 [입시설명회]
일명 '과떨이'가 된 우리 아이는 다음 준비를 위해 다시 분주해졌다. 과학고에 떨어진 아이들은 몇 가지 선택의 갈래에 놓이게 되는데, 그냥 동네 일반고, 아니면 전국형 자사고나 지역자사고, 드물게 외고를 선택하기도 한다.
어딜 가든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있어서 신중하게 잘 고민후 결정하게 된다.
우리 아이는 동네 일반고와 지역자사고 중 고민을 하였는데, 남학생이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해서 집 근처 남학교를 보내보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남학교면 아이가 좋아하는 체육활동이 많이 있을 테고 자사고니까 면학분위기도 어느 정도 갖춰져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실제 입학설명회에 두어 번 참석했는데 학생관리도 잘 되는 것 같았고 학교 시설이나 학교 측에서 제안해 주시는 커리큘럼들도 맘에 들어서 아이와 상의 끝에 결정한 것이다.
지역자사고 입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만 준비하면 됐었는데, 과고준비하면서 준비했던 자기소개서를 함께 수정하며 손보고 면접은 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전날까지 함께 준비해 주셔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
07년 돼지띠아이라 어딜 가든 역대급경쟁률에 사람이 몰렸는데 다행히 차분히 잘 준비한 덕분에 아이는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들어가기만 하면 잘할 줄 알았는데, 잘하는 아이들을 모아놓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당연히 잘할 줄 알았던 건 착각이었다. 입학전고사가 있었는데 1차. 2차를 그런대로 잘 봐왔길래 들어가면 잘하겠거니 했던 건 3월 첫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와장창 깨져버렸다. 아이학교에 3모 수학 1등급만 100명이 넘었다고 하길래 '아 이거 쉽지 않겠구나..' 했다.
남학생만 많은 학교인 데다가 수학에 자신 있는 애들을 모아놨으니 오죽하랴.
아이는 학년이 바뀌고 시험을 거듭할수록 그럴싸한 성적표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정시파'라고, 수능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능모의고사 성적은 주요 과목이 줄 곧 1등급이 나오는 터라 엄마인 나도 '정시파'를 지지해 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고입 때는 그냥 흐르는 대로 뒀지만, 대입을 생각하니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아이도 이제 머리가 커서 원하는 선생님의 수업이 있다고도 하고 수시로 대학을 준비하기 어려워졌으니, '현역정시'의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그때부터였다.
각종 입시정보카페에 가입하고
대치동에서 하는 학원설명회를 수도 없이 쫓아다녔다.
동네학원에서 초등학생 엄마들에게 친절하게 여는 설명회가 아니다. 대치동 입시설명회는 그 신청부터가 하늘의 별따기라서 신청날짜에 빛의 속도로 신청해야 한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반차 쓰고도 나와서 듣곤 했으니 입시설명회 열기도 대단했다. 또 대형학원이나 컨설팅 전문업체에서 하는 설명회들은 그 자료나 설명회의 내용이 알차서 지방에서도 오고 나눠준 책자를 받기 위해 당근 거래까지 한다고 하니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지만 어느새 맨 뒷자리 한편 차지하고 앉아서 열심히 메모하는 내가 참 대단하다 생각했다. 어떤 날은 간식시간도 없이 4시간씩 메모하며 듣고 오면 머리가 뽀개질 것 같았다. 앉아서 들으면 다 맞는 말이고 필요한 얘기지만 어디까지나 내 아이가 잘해야 하는 건데 엄마가 백날 다녀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한 참 쫓아다닌 후에 깨달았다.
그래도 아이가 원하는 선생님, 인기 있는 선생님들을 눈앞에서 보고 수강신청할 수 있도록 애썼던 시간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게 엄마인 내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아이가 받아먹어서 꼭꼭 잘 씹어 소화를 하면 좋고 대충 씹어 대충 삼켰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건 아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늘 이야기하며 시작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치동 학원 라이드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는 일타강사를 수강하기 위해 노트북 두대, 핸드폰 두 개를 놓고 4시간을 버티고 성공한?! 이야기를 풀어볼 계획이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