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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대치동 -1

ㅡ 대치동이 답은 아닙니다만,

by Anne


대치동 하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있다.

어마무시하게 즐비한 학원들,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문 학부모님들의 라이드차량들...

평일 저녁 10시 전후에 대치동을 가본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매일 보낼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른다.

모두가 다 대치를 선택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요즘은 '탈대치'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니 대치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도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이긴 했지만 효과를 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어쨌든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짧고 굵게 2년 가까이 대치동 학원가를 보내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우리 아이는 고2 들어가면서 내신보다는 수능에 더 집중하기 위해 선택하게 되었다. 내신이나 수능이나 같은 과목공부인데 왜 구분 짓냐 하시면 딱히 반박하긴 어렵다. 하지만 변명을 좀 하자면,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1등급부터 9등급을 가리기 위해서는 소위 1등급 문제가 필요하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디든 잘하는 아이는 있으니까 1등급. 그러니까 4%의 아이를 뽑아내기 위해서 4% 이내의 아이들이 맞출만한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아이들은 손도 대지 못할 문제가 나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내신문제는 탄탄한 심화는 물론이고, 프린트나 교과서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보지 않는 이상 괜찮은 점수받기가 쉽지 않다.

큰아이학교 일은 아니지만 작은아이 학교에서 수학 중간고사 문제가 조금 쉬웠었는지 100점 맞은 아이가 10%(1등급)가 넘어버렸다.(28년 대입아이들은 5등급 제로 변경됨.) 그래서 기말에는 손도 못 댈 문제 4문제를 낼 테니 1등급 도전하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는 거다. 단 4 문제에서 아이들은 와르르 무너졌고 1등급을 쉽게? 걸러낼 수 있었다. 10%를 걸러내는데 4문제가 필요했는데 9등급 제인 4%를 걸러내려면 어떻겠는가?


완전학습. 성취도 평가

- 완전학습은 학생이 한 단원을 90% 이상 통달할 때까지 추가 지원과 재평가를 반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교수 전략.
-성취평가제는 서열 위주 평가를 지양하고 성취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잘 이해하였는가, 기본단계 이상의 수준으로 학습했는가'를 평가하거나 점검하는 것이 평가의 취지였을텐데, 사실상 시험은 줄 세우기 위함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잘하기 위해, 1등에 서기 위해 아이들은 선행과 심화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중학교 때까지는 절대평가였으니까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5ㅡ30%의 아이들이 90점 이상을 받아 A를 받는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단 4%의 아이들이 1등급을 받으니 중학교 때 A를 받았다고 해서 1등급이 될 수 없고, 중학교 수학을 매번 100점을 받았지만 심화가 되어있지 않다면 고등학교에서는 4%만이 맞출 수 있는 문제의 답을 낼 수 없다. 학원입시설명회를 조금 다녀본, 전문가도 아닌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 특목고나, 전국 또는 지역자사고아이들처럼 어떤 기준에 의해 선발된 아이들은 그 내신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학군 지나 자사고 시험지가 점점 더 극상 위 문제로 치달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저 내 아이는 잘하겠거니 하고 보냈던 학교에서 어려운 내신에 부딪힌 아이들은 그야말로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당하고 좌절하게 된다. 예를 들면, 수능모의고사 수학점수 미적 1컷이 84점이다 하자. 학군지 학교나 자사고 특목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 1등급 커트라인점수인 84점을 받으면 전국단위등급은 1등급이나(백분위 96) 학교아이들끼리 등수를 낸 학교등급이 4-5등급(백분위누적비율 40-50%)인 게 현실이란 얘기다. 상대평가이다 보니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일수록 모의고사등급과 내신등급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내신 3-4등급 아이들은 모의고사등급이 더 잘 나오니 1등급을 끝까지 유지할 수 만 있다면 정시가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디까지나 if이지만 말이다.


만약에... 가 사람을 잡아 엄마들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을 상대로 하는 학원입시설명회에는 1등급, 의치한, SKY얘기밖에 없다. 그 이외의 대학진학설명은 하지도 않는다. 첨엔 나도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내 아이가 의대 갈 것도 아닌데 앉아서 들었다. SKY대학쯤은 '이렇게만 하면 너도나도 갈 수 있다.'라고 대형학원 스타급 컨설팅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시니 커다란 귀를 팔랑거리며 들었다. 지금생각하면 내 아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그냥 남들 다하니까 내 아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 희망고문이었다.


그렇게, 우리 아이도 자연스럽게 대치동 대형학원에서 주요 과목을 듣기 시작했다. 주중 2회 주말 2회 일주일에 4번씩 갔다. 정시파를 선언하며 시작한 대치동 수업은 한 번 맛보면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나는 학생이 아니라서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그랬다. 강의력 좋은 선생님들의 화려하고 탄탄한 수업과 자료들은 아이를 홀딱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학부모에게는 내신학원보다 비교적 저렴한 학원비도 한몫을 한다. 다만 5-6명씩 앉아있던 내신전문학원 교실에서 50명 이상 들어가는 대형교실로 바뀌었다는 거는 잊은 채 말이다.


그래도 대치동 학원가의 꽃은 고3수업이 라지 않은가.

고3이 되니 스타선생님들의 수업도 열리고 독서실도 교실도 모든 것이 고3아이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고3이 경험한 대치동 일타강사선생님들의 수업과 라이드, 맛집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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