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초보엄마를 흔드는 팔랑귀 마케팅
영재발굴단이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던 때
어리고 똘똘한 그야말로 각 분야의 영재들을 보여주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요즘도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아이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어른들이 있는 걸 보면 화제의 프로그램이긴 했다.
‘상위 1%’
초보 엄마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말이다.
영재발굴단프로그램 속
남의 집아이를 보며 '아니 어쩜 저러지? 어 우리 아이도 저러는데 그럼 우리 아이도 '상위 1%'인가?! '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쁨만큼 두려움도 있었다.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첫아이를 잘 키워보겠노라는 초보엄마의 눈에 들어오는 광고 문구들이 있다.
“상위 1% 두뇌를 만드는 시기”
“영재로 키우는 비밀”
처음 엄마가 된 나는 그야말로 팔랑귀가 되어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집 장남 짱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어릴 때 뒤집는 것도 서는 것도 말도 빨라서
뭐라도 가르쳐야 하나 이렇게 놀려도 되나 괜한 조급함에 쫓기고 있었다.
주변 아이들이 뭘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더 불안해져서 내 아이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아이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를 위해 준비한 비싼 교재와 프로그램들
돌아보면, 그것들은 아이가 아니라 나의 불안을 달래는 도구였나 보다.
우리 집 짱구는 할머니와 놀이터에서 그네 타는걸 더 좋아했는데 나는 놀면서 배운다는 상술에 넘어가 그 꼬맹이를 책상 앞에 끌어다 앉혔다.
"여보, 이것 좀 봐 얘가 이걸 만들었다니까. 색감 좋지. 얘가 블럭을 좌우대칭으로 잘 맞춰쌓았네. 거봐 내가 이수업 좋다고 했지?!"
3세 때 하는 한글 수업이 한창 유행일 때
시킬까 하던걸 할머니가 그런 거 없이도 괜찮다고 쓸데없다 맛있는 과일이나 사 먹여라 하셨는데
그 말은 또 잘 들어서
정말 우리 집 짱구는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으로 한글을 읽었고
유치원에서 친구들 실내화정리해 주면서 친구들 이름을 익히며 한글을 썼다.
친정엄마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이를 더 특별한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다.
친정엄마는 유별나게 할거 없다. 그냥 놀려라 하시는 데 나는 영어유치원을 꼭 경험해주고 싶다고 7세 때 보냈다.
거기서 무슨 영재테스트인지 뭔지를 했는데 우리 아이가 어떤 어떤 영역에서 상위 1%라며
"어머니 짱구 신경 써서 키우셔야겠어요.호호호"
라고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아마 그때 아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했었던 것 같다.
'아니! 저 까불이 짱구 녀석에게 숨은 능력이 있었군. 상위 1%라니... 난 이제 뭘 준비해야 하지? '
상위 1%라는 말은 달콤하지만,
그 말에 매달릴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보이지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쫓아야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경주가 아닌데
나는 한 코스를 끝내면 그다음 코스를 찾고 준비했다.
사실 돌아보면, 초보 엄마였던 나에게 '상위 1%'란 말은 달콤한 유혹이었을 뿐 우리 집 짱구와 나에게 필요한 건 그런 정보가 아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과 아이의 속도를 존중해 주는 시선이었는데 말이다.
고사미가 된 우리 아이는 장담하는데 상위 1%가 아니다.
우리 가족의 애교쟁이 장남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100%의 존재이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이가 20살을 코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혹시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에 흔들리는 엄마들이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해진시기는 없다.
다만 지금 바로 내 옆에서 "엄마"하고 불러주는 소중한 시기가 지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