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 꽃사과 나무

ㅡ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

by Anne

아파트 상가 1층에 편의점이 있다.

집에 간식거리가 충분히 있는데도 우리 집사람들은 꼬옥 편의점을 들렸다가 들어온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입이 심심해서 아이스크림.

저녁때 공부할 때 먹겠다며 젤리.

라면 끓여 먹기 귀찮아서 컵라면.

하다 하다 내일 아침에 먹을 간식. 음료수.

이유도 핑계도 가지가지다.


아이들과 남편은 매일 드낙거리는 그곳을 나는 쓰레기 버리러 내려갈 때나 한 번씩 지나가는데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이랑 나가면서 편의점을 따라나갔다.

아이들에게 들어가서 사 오라고 하고 나는 그 옆 작은 화단 앞에 서있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자주 지나다니던 길인데,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화단의 나무들을 살피는데 오늘따라 조그만 사과가 달린 나무가 보였다.

아니 정말 사과가 달려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이게 모야? 사과 아니야?'

나는 나무에 달린 열매도 궁금하고 아무리 봐도 사과 같아서 주변을 살폈더니 화단 끝 팻말에 [꽃사과나무]라고 적혀있다.

'꽃사과나무? 진짜 사과나무인가? 먹을 수 있나?'

신기하기도 하고 예뻐서 한 참을 쳐다보고 있으니 아이들이 과자 하나씩 사들고 나온다.


"얘들아 이거 봐! 진짜 작은 사과가 열렸어!"


아이들이 후다닥 달려와 꽃사과나무의 열매를 보더니 신기해한다.


"와 이거 예뻐! 미니사과야? 체리 같아!"


"와. 엄마 이거 먹을 수 있는 건가? 먹어볼까?"


약간 다른 톤이지만 두 아이 모두 신기해하며 나무를 살폈다.

나는 얼른 검색창을 열어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장미과 사과나무속에 속하는 소교목.

알사탕 만한 크기의 사과를 축소시킨 형태의 열매이다.

색깔은 익으면 붉은색을 띠나 종에 따라 다르고 맛은 떫거나 신맛을 가지며 떫은맛보다는 신맛이 더 강하다. 일반적으로 식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설탕을 1:1 비율로 섞어서 청으로 만들어 먹거나 꽃사과 담금주를 만들어 마신다.

처음 먹는 사람은 강한 신맛이나 떫은맛을 느끼고 뱉어내기 일쑤인 데, 잘 먹는 사람은 그냥 작은 과일 먹듯이 잘 먹는다. 꽃사과만의 신맛이나 살짝 떫은맛이 상당히 맛있게 느껴진다. 먹는 방법은 줄기와 아래쪽의 튀어나온 부분을 손톱으로 떼어낸 뒤 먹는 것이다.]


아이들은 내가 뭐라고 하든 말든 둘이 '먹을까 말까'를 얘기하는 거 같다.

'아니. 얘들아 먹는 건 아니라고오. 내 말을 좀 들어보라고오'


"매일 지나다녔는데 몰랐네! 이렇게 예쁜 나무가 있는 줄은."

"이름도 예쁜 것 같아 꽃사과나무라니."

"그래서. 엄마 이거 먹을 수 있다고? 없다고?"


늘 지나다니는 길인데,

오늘따라 내 눈에 띄었고, '꽃 사과나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고, 먹을 수 있긴 한데 시어서 먹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 풀꽃 1>이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나가는 풀꽃도 갑자기 눈에 띄어 자세히 보았을 때, 오래 두고 보았을 때 예쁘다는 건데 하물며 자식이면 어떨까.


남들에게는 그저 그냥 그런 아이인데

자세히 보고, 뜯어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너도 그래.


천방지축이어도.

좀 부족해도.

못해도. 잘해도.

아직은 눈에 띄지 않았을 뿐

너희도 누군가 너희를 알아봐 주었을 때

반짝반짝 빛나게 될 거야! 그럴 거야!


꽃사과가 빠알갛게 익었을 때 한 번 먹어봐야지.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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