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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B Sep 30. 2024

타조는 정말 멍청한걸까?

배고픈 사슴과 배고픈 사자, 누가 더 무섭나?

타조 효과란


우리가 가진 여러 편향들 중에 '타조 효과 Ostrich Effect'라 불리는 것이 있다. 명백한 위기가 찾아옴에도 이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경기 상태가 안 좋을 때 자신의 재무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가 50~8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도 '나는 괜찮다'고 믿으며, 위기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다. 타조 효과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런데 타조는 정말 멍청한 동물일까?


이는 타조가 자신을 잡아먹으려 맹수가 돌진해 오는데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머리를 모래에 처박는 모습에서 이런 편향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타조 효과'라는 이름은 이상하다. 만약 맹수가 달려오는 상황을 무시하고 자신의 머리를 땅 속에 처박아 문제를 회피하려고 한다면, 타조는 진작에 생존게임에서 도태되지 않았을까? 왜 이런 멍청한 행동을 하는 타조가 아직도 멸종하지 않은 것일까?


타조가 위협을 무시하고 머리를 땅속에 파묻는다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 타조가 고개를 숙이는 진짜 이유는 긴 목을 숙여 적의 눈을 피하는 것이다. 또한 타조의 뛰어난 청력을 통해 땅의 울림을 감지하여 다가오는 적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맞서 싸울지 도망갈지를 판단한다. 


타조가 다가오는 위험을 무시하고 외면한다는 것은 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해석이다. '타조 효과'라는 말 자체에도 인간의 편향이 녹아져 있다.


배고픈 사슴과 배고픈 사자, 누가 더 무섭나?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간단한 상상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여러분이 초원에서 맨몸으로 배고픈 사슴과 사자를 조우하게 된다면 어떤 동물이 더 무서울까?


물론 사슴의 거대한 뿔이나 튼실한 뒷다리로 얻어맞으면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배고픈 사슴은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인간을 전력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그저 거리를 두고 조용히 풀을 뜯어먹을 것이다. 


그러나 배고픈 사자는 눈앞에 나타난 먹잇감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들 것이다. 인간에게는 배고픈 사슴보다 배고픈 사자가 더 무서운 존재다.


이번엔 초원에 깔린 풀에 입장으로 한 번 상상해보자. 그들에게는 배고픈 사슴과 배고픈 사자 중 어떤 동물이 더 무서울까? 배고픈 사자가 가할 수 있는 위협은 기껏해야 살짝 밟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배고픈 사슴은 앞에 있는 풀부터 차례차례 뜯어먹으며 기어코 자신에게도 이빨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풀은 배고픈 사자보다 배고픈 사슴이 더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아는 것에만 집착한다. 
우리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장애를 지녔다.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우리의 사고 과정은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것, 편안한 것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타조만큼 뛰어난 청각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땅의 울림으로 적의 크기를 파악하는 타조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동물이기 때문에 육식 동물인 배고픈 사자가 더 무섭지만, 풀은 초식 동물이 더 무서울 거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은 '타조 효과'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편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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