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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0. 2021

내가 문제인 줄 알았어

프롤로그

그랬다. 32년하고도 6개월을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나빠서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필사적이었다. 특히나 아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빠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미움을 사는 듯했다. 유난히 학교생활이 힘들었던 여고시절, 2학년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유 없는 언짢은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당시 담임이었던 윤리 선생님은 툭하면 반 아이들 앞에서 “쟤 정말 문제야,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교무실로 나를 따로 불러내는 일도 잦았다. 엄마에게 부탁을 받은 거라며 내게 엄마의 편지나 용돈 따위를 건넸다.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담임은 그런 식으로 뒤에서는 챙겨주는 듯했지만 앞에서는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 담임의 말이 반복될수록 반 아이들도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게 느껴졌다.     


담임 때문이 아니어도 여고는 견디기 힘들었고,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게 그 무렵이었기 때문에 내 세상은 점점 더 뒤틀려 가고 있었다.

사랑받기 위해 친구들의 부탁조차도 거절을 못 하던 나는 결국 학교를 뛰쳐나왔다. 가장 보통의 길을, 아니 보통보다 더 뛰어나고 완벽한 길을 가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나는 한 달 가까이 학교를 가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자퇴’ 생각으로 가득했고 마침내 자퇴를 이루어낸 이후로 단 한 번도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길을 가지 못했다.     


‘평범’이라는 경로를 이탈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안의 감시자는 자기 할 일을 더욱 열심히 했다. 하필 내 담당이 문제아라서 감시할 일이 많았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자각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내 상태를. 가만히 두면 내 생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무엇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는지 알아버렸다.

그리고 만났다. 내 문제라고 생각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네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새장에서 나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사람들의 말을 쉽게 믿어버렸던 안타까운 나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부디 스스로 만든 새장에서 나와 자유로워지기를.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스스로를 위해 선택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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