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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0. 2021

무지해서 무쓸모한 딸

동생과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부모님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며 도시 외곽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외할머니는 이사를 거부하셨고, 결국 우리 식구만 시골로 이사를 했다.     


나름 시골에 적응하려 애쓰며 지낸지 두 계절쯤 지나던 여름밤, 엄마는 부재중이었고 아빠와 나, 동생 셋이서 거실에 모여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동생을 따라 누우려는 찰나, 갑자기 아빠의 비난이 나에게 쏟아졌다.     


“너는 그렇게 무지해서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아무 쓸모가 없어!!!”     


그때가 11살 즈음, ‘무지’라는 말을 처음 들었지만 내게는 욕이나 다름없는 말로 들렸다. 아빠가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날 이후로 줄곧 나는 쓸모 있는 사람, 완벽하게 무언가를 잘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잘 못하는 것은 감추고, 잘 하는 것은 과장되게 보여주려 애썼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이 무색할 만큼 아빠는 칭찬에 인색했고, 받아쓰기 100점을 받았던 7살 이후로 두 번 다시 칭찬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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