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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써니 Aug 19. 2021

동생의 폭력성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 엄마가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이력서에 적던 학력은 모두 위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러웠던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잘 키워주셨다. 그랬기에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떠올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빠가 경찰과 현관 앞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던 그 겨울에 딱 한 번,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그날따라 한 번도 식사 때를 놓친 적이 없는 엄마가 갑자기 밥을 해주지 않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점점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지자 나는 모아놓은 용돈을 털어 요기할 분식을 사 왔다.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사서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동생과 먹으려고 하자 엄마가 음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동생이 엄마를 때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팔을 높이 들고 엄마를 잔뜩 위협하며 엄마만 음식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내게 충격이었다.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 갑자기 밥을 안 해주는 엄마에게 나 역시도 짜증이 났지만, 동생과 엄마는 아주 각별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엄마를 독차지하며 잘 때마다 엄마의 귀를 만지고 자던 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한 번으로 엄마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겁을 주었다.     


엄마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고, 동생은 대단히 폭력적이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엄마가 한순간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그리고 엄마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후, 어렴풋이 예견을 했다. 엄마가 없는 지금, 다음 차례는 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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