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언젠가 엄마가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이력서에 적던 학력은 모두 위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러웠던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잘 키워주셨다. 그랬기에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떠올려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빠가 경찰과 현관 앞에서 그런 대화를 나누던 그 겨울에 딱 한 번, 엄마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그날따라 한 번도 식사 때를 놓친 적이 없는 엄마가 갑자기 밥을 해주지 않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점점 배고픔을 참기 어려워지자 나는 모아놓은 용돈을 털어 요기할 분식을 사 왔다.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사서 간단하게 상을 차리고 동생과 먹으려고 하자 엄마가 음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동생이 엄마를 때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팔을 높이 들고 엄마를 잔뜩 위협하며 엄마만 음식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그것은 내게 충격이었다.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 갑자기 밥을 안 해주는 엄마에게 나 역시도 짜증이 났지만, 동생과 엄마는 아주 각별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도 엄마를 독차지하며 잘 때마다 엄마의 귀를 만지고 자던 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한 번으로 엄마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겁을 주었다.
엄마는 마치 어린아이 같았고, 동생은 대단히 폭력적이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엄마가 한순간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그리고 엄마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후, 어렴풋이 예견을 했다. 엄마가 없는 지금, 다음 차례는 내가 될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