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몇 년간 잠잠하던 동생의 폭력성은 집안에서 다시 드러났다. 동생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첫 번째 사달이 났다. 평소 둘 다 소심하게 키워진 탓에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릴 때 대응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먹을 때면 나름 둘의 룰이 있었는데, 내가 전화를 걸고 동생이 음식을 받는 식이었다.
전화를 걸기가 너무 싫었던 날, 역할을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동생은 끝까지 거절하며 고집을 부렸고 화가 난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동생이 혼자 치킨을 시켜 먹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이후로 동생은 군대에 갈 때까지 4개월 가까이 나를 집에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식사할 때가 되어 밥을 차려줘도 내가 차린 밥은 먹지 않았고, 나와 겸상은커녕 말도 섞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나를 집안에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그런 일이 몇 달이고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빠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내게는 작은 지옥 같았던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동생은 군대를 갔고, 휴가를 나왔을 때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다.
“내가 나올 때쯤에는 누나 집에 없을 줄 알았는데.”라며 태연하게. 말은 걸어주지만 여전히 내 존재는 부정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동생이 제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동생은 또다시 사소한 일로 고집부리고 침묵하는 것으로 화를 표현했다. 그리고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으로 그 화가 장기화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