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방식으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미국 기업

현관 앞까지 찾아가는 재활용품 분리수거로 월정액을 받는다

by 노바티오Novatio

미국에 출장을 갈 때마다 가정집에서 재활용품 배출 방식을 보면서 신기하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다. 미국인들은 한국처럼 종류별로 분류하지 않고 '하나의 통'에 몽땅 버리고 있었다. 저렇게 '하나의 통'에 일괄적으로 수거를 한 후에 '누가, 어떻게 다시 분류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은 재활용품 수거 정책이 주(State)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주(州) 내에서도 시(City)나 카운티(County)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운영된다. 한국처럼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예: 재활용 쓰레기 요일별 배출, 종량제 봉투 등)은 없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정책 유형이 혼합되어 적용된다.

Recycling (재활용) / Photo by Richard Bell on Unsplash


첫째, 일부 주에서 '의무 재활용 법규(Mandatory Recycling Laws)'를 시행하고 있다. '제대로 버리는 의무'가 아니라 종이, 유리, 플라스틱, 알루미늄, 타이어, 배터리 등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을 매립지에 버리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매립 금지(Landfill Ban)' 의무이다. 위스콘신(Wisconsin),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펜실베이니아(Pennsylvania)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둘째, 용기 보증금 제도 (Container Deposit Laws, Bottle Bills)이다. 한국처럼 소비자가 마트나 편의점에 맥주병 등을 반납 시에 일정금액을 돌려주는 제도와 같다. 미시간, 뉴욕, 캘리포니아, 오리건, 메인, 코네티컷, 버몬트, 매사추세츠, 하와이, 아이오와 등 10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통상 5센트~10센트를 돌려준다.


셋째, 한국처럼 '(쓰레기) 종량제 (Pay-As-You-Throw, PAYT)를 시행 중인 곳이 상당하다. 쓰레기통의 크기나 수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거나, 특정 규격의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 약 7,000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주(State) 차원의 의무 제도는 아니라는 점이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위에서 보듯, 미국은 각 주(State)마다 수거하는 품목과 수거 방식이 다양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재활용 및 쓰레기 수거 서비스를 민간 폐기물 관리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거주민들이 '넷플릭스(Netflix)를 구독'하듯 민간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월정액을 지불'하면, 해당 업체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가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위와 같은 서비스를 미국 주요 도시에서 제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리드웰(Ridwell)'이 있다. 2018년에 미국 시애틀에 살고 있던 여섯 살의 아들과 그의 아버지가 가정에서 버리는 재활용 물건들을 월 15달러만 내면 종류별로 수거해 주는 사업을 동네에서 시작했다.


요금을 많이 지불할수록 수거 대상 품목은 늘어난다. 현관 앞에 내놓는 재활용품 품목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마냥 신기할 뿐이다. 개인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위해 매월 돈을 낸다는 점은 나에게 더욱 낯설기만 하다.


흔히들, 사업은 창업자의 기술 혹은 아이디어도 좋지만, 타이밍(Timing)이 맞아야 제대로 성공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도 사업을 전개하는 사회적 환경이 무르익지 않으면 '밥벌이'는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크게 성공하지는 못한다.


창업자인 라이언(Rayan)은 2017년 말에 중국이 각 국가로부터 재활용 물품 수입을 금지해 버린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당시에, 미국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던 국가는 중국(China)이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미국에서 당면과제로 대두되었다. 미국은 당장 쓰레기를 처리할 곳을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시대적 상황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리드웰(Ridwell)은 2025년 8월 현재, 애틀랜타(Atlanta, Georgia), 오스틴(Austin, Texas), 베이 에어리어(Bay Area, California),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California), 덴버(Denver, Colorado),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 Minnesota), 포틀랜드(Portland, Oregon), 시애틀(Seattle, Washington) 등 미국 7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드웰이 한국의 분리수거와 다른 점은 '재활용 분류 항목이 좀 더 섬세'하다는 것배출 및 수거 방식에서 회사에서 '재활용 가방을 품목별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대 11개 종류별로 나눠준 가방(아래 이미지 참조)에 품목별로 재활용품을 넣어서 대문 밖에 두면 회사 차량이 와서 정기적으로 수거해 가는 방식이라 깔끔하고, 위생적이다.

리드웰에서 제공하는 재활용품 수거 가방: 유형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Image: Ridwell Website)

한국은 재활용품 분리 및 수거 분야에서는 감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다. 재활용 물품을 종류별 분류함에 가져다 놓으면, 행정기관에서 지정한 수거 업체가 정해진 요일에 가져가는 편리한 시스템으로 사회가 돌아간다. 매월 돈을 내고 있는 미국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재활용 쓰레기 수거 비용을 개별적으로 내는 일은 전무하다.


이처럼, 개인들 입장에서 십 원짜리 한 장 지불하지 않는 것은 한국이 시행 중인 '공공책임 수거제'라는 제도 덕분이다. 아파트, 빌라단지 등 공동주택의 '재활용품 수거를 위한 용역계약'을 지방자치단체가 수거업체와 직접 맺고, 수거 비용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불한다.


재활용품 가격 하락, 수급 불안정에 따른 재활용폐기물 수거체계의 안정화 즉, 수거업체의 수익보전으로 집 앞이나 대로변에 재활용 쓰레기가 나뒹구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정책의 추진 배경이다. '공공책임수거제도'는 2024년 12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외에 자주 나갈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과 유럽이 여러 면에서 한국보다 '한수 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깨끗한 지하철과 카페에 몇 시간을 두어도 물건이 그대로 있는 양심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다양한 한식 문화, 무료 재활용분리수거, 음악과 영화, 그리고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드라마 등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오히려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이다.


<참고자료 References>


신진영 기자, "[하반기 달라지는 것들] 재활용 폐기물 수거체계 공공 전환...'기후변화영향평가' 확대", 아주경제, 2023-06-30

매립지를 오가는 트럭들, Video by Nick Murphy from Pixabay

David Riemer, "Ridwell Lands Over 75,000 Recycling Customers By Meeting The Moment", Forbes, 2023-03-21,

Kenneth Rapoza, "China Doesn’t Want The World’s Trash Anymore. Including ‘Recyclable’ Goods.", Forbes, 2020-11-29,

"How this father and son duo diverted millions of pounds from landfills" CNN News (Video),

리드웰 Ridwell 유료 재활용 수거 서비스 지역 (USA), https://www.ridwell.com/transpa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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