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미래에 비싼 바나나(Banana)를 사 먹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식사 대용과 간식으로 자주 먹는 바나나가 생산(재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25년 5월 12일에 보도하였다.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다. 소비량 순위에서도 밀(1위), 쌀(2위), 옥수수(3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중요한 식량 작물이다.
소비량은 4위이지만, 바나나는 지구촌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1위)이다. 연간 약 1억 3천 9백 만 톤이 생산된다. 오랜기간 동안 세계 과일 생산량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1억 3900만 톤의 바나나는 한국인 전체 인구 약 5200만 명이 1주일에 1kg씩 소비를 해도 약 51년이 걸리는 방대한 양이다.
지구촌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바나나 수출의 약 80%가 극심한 기상 현상과 서서히 진행되는 기후 재해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인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서 생산된다.
세계 최대의 바나나 수출국가는 라틴 아메리카에 위치한 '에쿠아도르'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 '에쿠아도르'가 '바나나' 하나로 벌어들이는 달러 매출은 약 5억 1천만 달러, 약 6조 3885억 원에 달한다. (2025년 8월, 환율 기준)
과일 한 종류를 팔아서 약 6조 3885억 원이라는 수출 실적을 올렸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지는 최신 스마트폰 판매량 혹은 해상 풍력발전 시설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참고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S24'(출고가: 약 115만 원 기준)로 계산할 경우에 약 5,530,000대 수출 규모와 같다. 애플의 아이폰 16 (출고가: 약 125만 원 기준) 기준으로는 약 5,110,000대 수출량에 근접한다.
이 정도의 자금(정부 예산)으로 해상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면...20MW급 풍력발전은 약 43기 또는 15MW급이라면 약 57기의 해상 풍력발전 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한국의 1가구 당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약 300kw(킬로와트) 정도로 파악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으로 74만~75만 가구(한국 전체 약 2천 만 가구의 3.7%)가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는 경기도 부천시 약 33만 가구와 고양시 약 41만 가구(2024년)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바나나 생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바나나의 주요 특성은 유전적 변이가 거의 없는 과일이다. 고유 DNA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식물 세상에서는 한마디로 환경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과일이다.
사람으로 치면 소신이 뚜렸하고, 세상과 잘 타협하지 않는 유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변하는 기후에 유독 취약한 품종이 바나나이다.
여러 종류의 바나나 중에서 특히 캐번디시(Cavendish Banana)는 환경변화에 무척 민감한 과일이다. 안타깝게도 에쿠아도르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나나 품종이 '캐번디시'이다.
바나나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15°C~35°C(59°F~95°F)의 온도 범위와 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집중 폭우와 폭염, 난데없는 우박 등은 이러한 바나나 재배조건을 송두째 위협하고 있다. 허리캐인 등 폭풍이 몰아치면 잎이 떨어져 광합성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 1980년대에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국내 바나나 재배가 활발했다. 제주도에서는 2020년 말 기준 1,200톤의 바나나를 생산하여 국내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바나나 재배 면적은 약 23.7헥타르 전후로 파악되고 있다.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가 수는 67곳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지구 온도 상승으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점차 변화하면서 바나나 재배 가능 지역도 점차 북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바나나 재배는 대부분 시설 내부 하우스를 이용하며,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남 해남, 경남 산청, 경북 포항, 강원, 경기 일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많이 생산되고,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일, 바나나...대다수의 사람들은 북극과 남극이 녹아내리는 TV 속 기후위기 현상이 내 삶과는 동떨어진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TV에서 만 보던 딴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아주 비싼 바나나를 먹어야 할 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References>
Nina Lakhani, 'Climate crisis threatens the banana, the world’s most popular fruit, research shows', The Guardian, 2025-05-12
Statista, 'Global fruit production volume 2023, by selected variety', Statista Research Department, Jun 13, 2025
Rupsha Sen, 'Important Types of Bananas in India', Caleidoscope.com, 18th Aug, 2025
Treadlmex, 'Ecuador Banana Exports, Major Ecuador Banana Exporters Database', 2024-10-28
이시내 기자, '[극한기후시대] ‘국산’ 바나나는 기본…이젠 커피까지 키운다', 농민신문, 2025-08-21
Mark Poynting, 'World's glaciers melting faster than ever recorded', BBC News,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