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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웅식 Sep 08. 2024

마녀를 주머니칼로 찌르다(2)

 엄마와 간 병원에서 마녀를 만났다. 엄마는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렸고 나는 주사를 맞고 차가운 테이블에 누웠다. 나를 쳐다보는 간호사의 얼굴이 아주 멀리 떨어진 풍경처럼 흐릿해졌다. 시선을 옮겨 천장에 매달린 조명기구를 쏘아보는데 조명기구 빛이 깜박거려 나를 어지럽게 만들어 눈을 감았다. 

 나는 벼랑 끄트머리에 서서 마녀를 바라보았다. 거만한 눈빛 같기도 담담한 눈빛 같기도 했으나 마녀의 눈빛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었다. 마녀가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자 다리가 후들거렸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나는 뒷걸음치면서 물러서다가, 더 이상 뒤로 가면 벼랑 아래로 떨어져 숨통이 끊어질 거라는 생각에 아찔했다. 마녀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마에 땀이 맺혔고 다리에 힘이 스르르 빠져 주저앉았다. 마녀가 허리를 굽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마녀의 얼굴은 창백했는데 남자의 얼굴인지 여자의 얼굴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나는 소스라쳤다. 마녀가 이빨을 드러내며 한바탕 웃다가 자신의 입을 내 입에 천천히 갖다대려 했다. 일어나야 한다고, 일어나야 한다고 안간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간호사들이 나를 둘러싸고 벌벌 떨고 있었다. 의사가 목청을 높였다.

 “김 의사, 마취 제대로 했어?”

 “네, 제대로 했어요.”

 “확실해?”

 “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마취는 제대로 했어요.”

 “특별한 뇌를 가져서 환상을 보고 있는 건가?”

의학의 문제가 아니라고, 마녀 때문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엄마는 나에게 말을 건넸다. 

 “분명히 마취를 했는데 벌떡 일어났대.”

 마취가 되지 않는 아이도 있을 수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에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어이구! 내 새끼, 많이 아팠지?”

 “에.”

 119 구급대가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이 이동 침대에 그를 싣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들것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그의 두 발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 발과 비슷하게 생긴 평범한 발이었다. 

 발작을 하고 119 구급차에 실려가는 그와, 마취가 되지 않는 나는 어떤 점에서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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